[이길수의 건강&생활] 겨울철 혈관관리의 이해

[이길수의 건강&생활] 겨울철 혈관관리의 이해
  • 입력 : 2020. 11.04(수) 00:00
  • 강민성 기자 kms6510@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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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 순환이 잘 돼야 해"라는 말의 의학적 설명에는 세가지 필요조건을 포함한다. 첫째 혈액의 양이 충분해서 조직으로의 산소공급에 부족함이 없고(동맥), 조직으로부터의 노폐물 제거도 충분히 잘 일어나는(정맥) 상황이어야 한다.

빈혈이 이에 반하는 대표적인 경우인데, 절대적인 혈액의 양이 부족한 경우 조직은 산소공급이 부족해져 허혈에 시달리게 된다. 임산부와 폐경이후의 여성, 그리고 특별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은 주의해야 한다. 심부전이라 불리는 질병은 혈액의 절대적인 양은 부족하지 않은데 심장 수축력의 저하로 인해 조직으로 운반되는 혈액의 양이 감소한 상태를 말한다. 산소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통적으로 운동시에 숨이 차는 증상이 생긴다. 둘째는 혈액이 지나다니는 길, 즉 혈관의 상태가 좋아야 한다. 도로의 길이 좁아지거나 움푹 패여 있다면 교통체증이 생기 듯, 동맥혈관이 좁아져 있거나 (동맥경화증), 정맥혈관의 판막이 망가져 있다면 (하지정맥류) 조직으로의 적절한 산소공급이 안되고 노폐물의 배출이 안돼 문제가 된다. 뇌졸중, 협심증, 심근경색, 내장허혈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동맥질환인데, 모두 같은 원인이지만 발생하는 장기에 따라 이름이 다를 뿐이다. 정맥혈관이 좁아지는 경우는 좀처럼 없지만 피떡(혈전)이 생겨 정맥혈관을 막아버리거나 (심부정맥혈전증) 그것이 떨어져 나가 심장이나 폐혈관을 막게되는(폐색전증) 것은 장시간 앉아 있거나, 누워 지내는 시간이 많은 노년층이나 입원환자에서 심심찮게 발생한다. 다리가 붓는 것을 제외하면 폐경색이 발생하기 전까지 통증도 없어서 많은 경우 진단이 늦어지고 따라서 영구히 다리부종이라는 합병증을 가지게 된다.

좁아지는 것 뿐만 아니라 풍선처럼 늘어나버리는 것도 위험하다. 주로 노년층의 고혈압과 흡연자에게 잘 생기는 동맥류는 오랜 압력부하로 약해져 파열되는 경우가 있는데, 터지기 전 까지는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정기적인 건강검진에서도 잘 드러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동맥이든 정맥이든 반드시 왔던 길을 거꾸로 가지 않는 순환을 해야 한다. 주로 역류라 불리는 질환으로 심장과 정맥에서 일어난다. 심장의 대동맥판막 역류나 승모판막 역류로 인해 혈액이 거꾸로 흐르면 심한 경우 개심술이 필요하다. 하지정맥류는 오랜시간 서서 일을 해야 하는 교사, 식당근무자, 마트나 면세점 직원에서 흔하게 관찰되는데 하루종일 일을 하다 보니 정맥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에 저류되는 질환이다. 혈액이 조금 저류한다고 해서 뭐가 큰 일이냐 하겠지만 함정은 정체된 혈액이 모두 노폐물을 담은 정맥이라는 것에 있다. 마치 우리집 하수도가 거꾸로 흘러 화장실에 넘치는 것과 같다. 이러한 노폐물 정체로 인해 다리가 붓고 무겁거나 심하면 밤에 쥐가나 잠을 깨기도 한다. 요즘은 의학이 발달해 과거처럼 절개를 통해 수술을 하는 경우는 줄어들고 짧은 시술을 통해 곧바로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겨울은 날씨는 차고 실내는 따뜻해 혈관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는 시기다. 건강한 겨울나기를 위해 이제는 상식이 돼가고 있는 혈관 질환의 발생원리를 이해하는 것은 관리와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이길수 수흉부외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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