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삶의 선택지 넓힐 모두의 기본소득을 위해

[책세상] 삶의 선택지 넓힐 모두의 기본소득을 위해
정상훈의 ‘동네 의사와 기본소득’
  • 입력 : 2020. 11.0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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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고를 이기지 못하고 자녀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부모들, 아파도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 일에 쫓겨 아픈 아이를 돌볼 시간조차 못 내는 어른들, 대기업의 재택 근무가 그림의 떡인 노동자들. 코로나19 시국은 우리 사회의 약한 구석을 들춰냈다. 감염병 대유행 앞에 우리는 '모두가 안전해야 나도 안전하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다.

이 시기에 재난기본소득이 전 국민에게 지급됐다. 이는 먼 나라 이야기로만 여겨졌던 기본소득을 진지한 논의의 장으로 또 한번 끌어오는 계기가 되었다.

정상훈의 '동네 의사와 기본소득'은 '모두의 것을 모두에게!'란 부제 아래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는 책이다. 해외 구호활동을 위해 '프리랜서 의사'를 택했다는 저자는 진료실 안팎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을 통해 기본소득이 가능한 사회를 구체적으로 그려냈다.

기본소득에 반대하는 대표적인 논리는 이렇다. "누구나 기본소득을 받는다면, 도대체 누가 일하려고 하겠어요?" 여기에는 '소득이란 일한 대가'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들이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해도 일반 직원들보다 30배 더 일했을까. 노동자가 받는 소득이 오로지 그가 일한 대가라고 믿기는 어렵다.

저자는 나이가 들거나 일자리를 잃었을 때 등장하는 사후 처방의 사회복지서비스와 달리 '먼저' 모두에게 지급되는 기본소득의 이점을 짚는다. 기본소득은 개개인이 완전히 새로운 선택을 하고, 누구라도 역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할 기회를 준다.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까. 시민배당, 토지배당, 탄소배당을 제안한 저자는 이것들을 모으면 약 370조에 이르고, 모두에게 매달 6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데이터배당을 추가하면 더 늘어난다. 과거와 현재 인류가 활동한 결과인 데이터는 명백히 공통부라는 저자는 디지털산업 관련 기업에 데이터세를 부과하자고 했다. 루아크. 1만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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