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간지대서 오름 군락 펼쳐져부대오름 일제시대 아픔 존재해소나무·삼나무 숲의 산뜻한 공기가을·겨울 공존하는 오름 ‘장관’
"오름의 입구를 찾는 것은 매번 힘든 일이에요. 쉽게 찾으려면 우선 오름 둘레길을 둘러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죠."
완연한 가을을 넘어 어느덧 겨울이 다가오면서 자연은 본 계절에 맞는 옷을 갈아입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계절의 옷을 입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자연의 신비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느끼는 것은 즐겁지 아니할 수 없다.
지난달 21일 '제14차 2020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제주시 조천읍 부대오름(부대악)에서 시작, 부소오름(부소악)~임도길~천미천~민오름으로 이어지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이날 투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 차원에서 철저한 방역과 함께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뤄졌다.
일본군이 주둔했던 갱도 내부
처음 목적지는 조천읍 선흘리에 위치한 부대오름이다. 부대오름은 해발고도 468m인 분석구 오름으로 동남방향으로 말굽형 분화구가 발달해 있다. 다양한 한자표기가 전해지고 있는데, '화전' 또는 '개간지'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며 목장지대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중산간지대의 오름이다. 거문오름과 민오름 등 오름군락을 이루고 있으며 오름 대부분은 소나무와 삼나무로 숲을 이루고 있다.
특히 부대오름은 태평양전쟁 시기 일본군의 주둔지로 알려져 왔다. 이 때문에 오름 곳곳에서는 일본군이 주둔하면서 파 놓은 갱도를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갱도는 오름 내에 대략 15곳에 이른다고 한다.
부대오름 정상에 오르는 데에는 대략 20여분이 소요된다. 비교적 짧은 등산 시간이지만 경사가 가팔라 다소 숨이 가빴다. 하지만 울창한 숲 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맑은 공기는 마음을 맑게 하고 심신의 피로를 덜어준다.
임도길을 따라 부대오름 인근 부소오름을 찾았다. 부소오름은 해발 469m인 기생화산으로 분화구는 남서쪽으로 벌어진 말굽형의 형태를 띠고 있다.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말이라는 뜻의 새몰메라는 옛이름도 가지고 있다. 부대오름과 부소오름을 보고 있자니 마치 이 두 오름은 형제자매처럼 느껴진다.
다형콩꼬투리버섯
부소오름은 부대오름과 마찬가지로 소나무와 삼나무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부소오름은 3개의 코스로 나뉜다. 전체적으로 완만한 경사로 시작하는데 정상에 다다를 즈음에는 가파른 급경사가 몸을 힘들게 한다. 그렇지만 드문드문 숲 사이로 보이는 오름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속 여유가 찾아온다.
부소오름을 나와 천미천을 따라 민오름으로 향했다. 천미천 바닥에는 붉게 물든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는데, 밟으면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걷는 데 흥을 돋웠다. 더불어 하천 사이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상쾌하기 그지없어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목이버섯
에코투어 일행은 민오름 입구에서 잠시 멈춰 섰고, 곧이어 길잡이 박태석씨의 조언이 이어졌다. 박씨는 "보통 오름 입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탐방객들이 있다"며 "이럴 때에는 시간적 여유를 갖고 오름 둘레길을 걸어보면 오름의 입구와 지형을 알 수 있어 보다 수월하게 탐방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고 보니 평소에 오름을 찾았을 때 입구를 찾지 못해 오름 주변을 서성거리던 모습이 생각났다. 앞으로는 자연을 느끼기 위해 산행을 하러 온 만큼, 시간을 가지고 오름 주변부터 둘러보는 방법을 알게 됐다.
민오름은 높이 518m인 기생화산으로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2개의 봉우리로 이뤄졌다. 가파른 경사의 민오름은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참가자들에게 비지땀을 흘리게 했다. 힘들게 올랐던 탓일까. 민오름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자연 풍광은 일품이다. 제주 동쪽지역의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한눈에 들어오면서 일상생활에서 받았던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민오름을 내려온 일행들은 목장길을 따라 출발지이자 최종 목적지인 부대오름 주변 골체오름 주차장에서 이날 에코투어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