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코로나와 관광객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코로나와 관광객
  • 입력 : 2021. 01.07(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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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는 아버지 제사가 돌아오기 며칠 전부터 들떠 있었다. 남편 기일인데다 제사 준비로 심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고된 하루가 될 것이 뻔했지만, 어머니에겐 그건 큰 문제가 아닌듯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이내 풀이 죽고 말았다. 어머니가 기다리던 형은 제사 때 집에 못왔다. 비행기 표까지 끊었던 형은 코로나19가 대유행하자 제사를 하루 앞두고 고향행을 포기했다. 지난해 2월 이후 한번도 고향집을 찾지 못했던 형은 '미안하다'고만 했다.

코로나19로 생이별한 가족들이 많다. 뭍에 가족을 둔 제주도민이라면 그 사정이 더 딱했으리라. 고향에 오지 말라고 말리는 가족의 심경은 글로 표현할 수 없을만큼 복잡하다.

관광객을 바라보는 도민들 심경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마음 한편에선 들뜬 표정의 관광객이 원망스럽다가도, 한편에선 관광객이 끊길까봐 노심초사했다. '개념있는 관광객만 제주에 와달라'고 호소하는 건 이런 복잡한 사정들 때문이다.

최근 제주를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소식이 전해지자 관광객들 사이에선 '너무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이 들끓었다. 제주 여행을 하는데 이런 불편까지 감수해야 한다니, 당연한 반응이다. 다만 이 대책이 관광객에게만 불편을 강요한 일방적 처사가 아니란 점을 헤아려 줬으면 한다. 관광 1번지 제주엔 여행은 커녕 동네 마트도 제대로 못가는 도민과, 이번 대책으로 다시 위기에 직면할 수많은 관광산업 종사자가 더불어 산다.

불편을 겪을 관광객에게 이해를 구하려면 도민 스스로도 방역 수칙을 잘 지켜야한다. 개인 방역이 무너지면 우린 설득의 논리를 잃는다. 그래서 새해 첫 주말 출입 제한 권고에도 도내 천연 눈썰매장이 도민들로 북적였다는 소식은 뼈아프기만하다. 그동안의 고통을 한순간 웃음거리로 전락시키기엔 우리가 견뎌온 시간은 너무나 길지 않았던가. <이상민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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