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은범의 편집국25시] 도지사와 엉덩이

[송은범의 편집국25시] 도지사와 엉덩이
  • 입력 : 2021. 01.28(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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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와 상체를 고정한 상태에서 엉덩이만 격하게 들썩거리는 '트월킹(twerking)'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유행이다. 주로 성적 매력을 발산하기 위해 추는 것인데, 엉덩이를 얼마나 위아래로 크게 흔드느냐에 따라 실력이 갈린다. 최근 한 음악방송에서는 노출이 과한 의상을 입고 트월킹 춤을 추는 장면을 내보냈다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1905년~1980년)의 말을 빌리자면 신체와 따로 노는 엉덩이는 '외설(猥褻)'스럽다. 보행(步行)에 종사하는 신체에서 떨어져 나와 '군더더기'로 고립돼 흔들릴 때 그 엉덩이가 외설스럽다는 말이다.

반대로 머리에서 발끝까지 유기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행위는 외설이 아닌 '자연스러움'을 느끼게 한다. 행위예술이나 무용, 체조, 피겨스케이팅처럼 말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지난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90만원을 선고 받았을 때 새삼 '엉덩이'가 생각났다. 유죄를 확정 받은 그의 혐의(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도내 모 업체가 생산한 죽 세트를 홍보하고, 청년들에게 피자 25판을 무료로 제공)가 '외설'스러워 보였기 때문이다.

당시 원 지사는 최후 진술에서 "어려운 소상공인과 청년들에게 늘 마음이 쓰였다"면서 "죽 판매와 피자 이벤트도 이런 마음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근무시간에 수행비서와 춤을 추는 영상을 유튜브에 게시, 뭇매를 맞은 사례가 있었던 것을 보면 비난이나 처벌의 쓴맛보다 대중에게 노출되고 싶은 욕구가 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대선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미미한 지지를 받은 것도 한 요인일 수 있겠다.

원 지사에게 이제라도 '외설의 정치'를 버리고 현안을 두루 살피는 '자연스러움의 정치'를 하시라 간언한다. 아직 대선은 1년 넘게 남았다. <송은범 행정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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