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지역 화폐 탐나는전.
"오일시장에서 제주지역화폐 가맹점을 찾아보기 힘드네요."
지난 2일 장을 보기 위해 제주시민속오일시장을 찾은 박모(57)씨는 제주지역화폐인 탐나는 전을 이용해 각종 채소를 구입하려다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탐나는 전 가맹점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결국 박씨는 가까운 ATM자동화기기에서 현금을 찾은 뒤 반찬거리를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박씨는 "다양한 혜택이 있다고 해서 탐나는 전을 구매했지만, 정작 전통시장 내에서는 가맹점을 찾기 어려워 사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3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탐나는 전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와 소비촉진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처음 발행됐다. 지난달 26일 기준 탐나는 전 가맹점 가입 및 승인현황은 3만1143개소다. 이는 전체 가맹점 대상 4만7000개소의 66.2% 수준이다. 그러나 제주지역 오일시장과 전통시장의 경우 탐나는전의 가맹점 확보는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탐나는 전은 '제주 지역화폐 발행 조례'에 따라 사업자 등록을 한 경우에만 가맹점 가입 신청이 가능한데, 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은 소규모 노점상이 대부분인 오일시장 특성상 가맹점에 등록할 수 있는 점포가 드물기 때문이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상인회에 따르면 오일시장 내 탐나는 전 가맹점 가입 비율은 20%대에 그치고 있다. 특히 오일시장 내에는 소규모로 농산물 등을 판매하는 할머니 상인들이 200여명에 달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하루 매출액이 적은데다, 탐나는 전 가맹점에 가입하기 위해 굳이 세금 부담을 떠안으면서까지 사업자 등록을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가맹점은 아니지만 간혹 손님들로부터 탐나는 전을 받은 상인들은 주변 가맹점 상인에게 부탁해 대리로 현금을 교환하는 불편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시 동문재래시장도 일부 노점상 등은 사업자 등록이 되어있지 않아 탐나는 전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하루하루 소액을 벌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할머니 상인들에게 사업자 등록은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행정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상인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제도에 적용해 탐나는 전 가맹점 가입률을 높일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동문재래시장 상인회 관계자도 "사업자 등록이 되어있지 않더라도 상인회 소속이면 탐나는 전 가맹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지역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에 제주도 관계자는 "현금영수증 발급 문제 등으로 지역화폐와 관련한 조례 개정은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오일시장과 전통시장을 찾아 탐나는 전 홍보와 상인들의 사업자 등록을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