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2공항 강행 천명, 도민갈등 더 꼬인다

[사설] 제2공항 강행 천명, 도민갈등 더 꼬인다
  • 입력 : 2021. 03.12(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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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공항 문제로 제주사회가 다시 격랑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제주도가 도민 여론조사 결과 반대가 우세한 제2공항에 대해 강행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제2공항 도민 여론조사를 계기로 갈등이 풀리기를 기대했으나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앞으로 제2공항을 둘러싼 도민사회의 갈등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10일 제2공항 정상 추진을 촉구하는 내용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원 지사는 "여론조사를 통해 공항 입지에 대한 성산지역 주민 수용성은 확보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제2공항 강행 근거로 들었다. 원 지사는 제2공항이 무산되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며 대안으로 제시되는 제주공항 확충은 고려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도심에 자리잡고 있어 교통혼잡을 가중시키고 바다 쪽으로 공항을 넓히는 건 더 큰 환경파괴를 일으킬 수 있다"고 했다. 특히 그는 "제2공항과 같은 대규모 국책사업은 찬반 숫자보다 그 내용이 중요하다"고 말해 여론조사 결과를 완전히 깔아뭉갰다.

제2공항 건설을 반대해온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제2공항강행저지비상도민회의는 이날 긴급성명을 통해 "도민의견을 거역한 원 지사는 즉각 사퇴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비상도민회의는 "공식 절차를 거쳐 확인된 도민의견을 배반했다. 도지사로서의 자질은 물론 자격도 없다"고 맹비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도 "원 지사가 도의회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발표했다"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를 하지 않기로 도의회와 합의한 사항을 원 지사가 먼저 깨면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갈등 해결에 앞장서야 할 도지사가 찬물을 끼얹으면서 '제2의 강정' 사태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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