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치 어판장. 한라일보DB
한·일 어업협상이 5년째 중단되면서 제주 어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 조업을 나갔다가 일본 당국에 나포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어 재발 방지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15일 해양수산부 남해어업관리단에 따르면 2016년 한·일 어업협상이 중단된 이후 제주 어선이 일본 EEZ에서 갈치를 포획하다 나포된 사례는 2017년 1척, 2018년 3척, 2020년 1척 등으로 매년 발생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에도 서귀포선적 어선이 일본 EEZ에서 불법으로 갈치를 잡던 중 일본 해상 보안청 함정에 나포됐다가 담보금으로 6000여만원을 내고 풀려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16년 7월 한·일 어업협정이 결렬되면서 한일 간 중첩 수역에선 갈치 조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발생하고 있다. 이전까지 일본 EEZ로 조업을 나갔던 제주 연승어선은 140여 척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한·일 어업협상 과정에서 140여 척을 70여 척까지 줄일 것을 요구하는 등 타협점을 찾지 못했다. 더욱이 최근에는 코로나19 여파와 한일 감정 악화 등으로 협상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문제는 일본 EEZ에서 불법 조업을 통해 잡아들인 갈치가 제주지역 수협 경매로 나오면서 갈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제주지역 수산업계 등에 따르면 올해 잦은 눈 날씨로 인해 갈치 어장은 국내보다 일본 EEZ 해역에 다량 형성됐다. 하루 갈치 포획량을 비교하더라도 일본 EEZ 해역에서 잡아들인 갈치 양은 국내 어장에서 잡은 갈치 양의 2~3배 이상 달한다. 제주지역 갈치는 수협 경매를 통해 시장에 유통되는데, 불법 조업을 통해 잡아들인 갈치라도 포획 경로를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버젓이 경매에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어업인은 "일본 EEZ에서 다량으로 잡아온 갈치가 경매에 나오면서 갈치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에 합법적으로 국내 어장에서 갈치잡이에 나서고 있는 어선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한·일 어업협상이 조속히 진행돼야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서귀포 수협관계자는 "수년째 한·일 어업협상이 결렬되면서 갈치 어업인들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면서 "일부 선장들은 수입을 올리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일본 EEZ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협에서는 갈치 어선의 선주와 선장 등에게 불법 포획을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고 있다"며 "불법 포획된 갈치는 경매에 나와서도, 판매가 이뤄져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수산관계법령 위반행위에 대한 행정처분의 기준과 절차에 관한 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앞으로 외국의 EEZ에서 무허가 어업으로 나포되거나, 어선을 대체 건조한 후 기존 노후 어선의 폐기 등 조치를 제때 하지 않으면 어업허가가 즉시 취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