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가 간다'라는 과거 예능 프로그램에는 '양심 냉장고'라는 코너가 있었다. 카메라를 숨겨둔 도로에서 정지선 지키기, 안전속도 준수 등 기본적인 교통법규를 지키는지 관찰하고 규정을 지킨 운전자에게는 '양심 냉장고'를 선물로 전달했다. 방송과 동시에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며 교통법규 준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시절의 우리는 얼마나 교통법규를 지키지 않았는지, 당연해야 할 일에 왜 모두가 놀라고 감동했는지, 사회 속에 팽배했던 교통의식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운전을 하면 정말 다양한 상황에 놀란다. 한꺼번에 3개 차로를 가로질러 차도를 변경하는 운전자. 물론 방향지시등 따위는 없다. 안전거리에 대한 생각은 집에 두고 출발했는지 뒤쪽에 바짝 붙어 위협적으로 쫓아오는 운전자. 물론 다음 단계는 이른바 칼치기 운전이다. 제한속도 70㎞ 도로를 70㎞로 가고 있는데 경적을 울리고 상향등을 켜는 운전자. 그렇게 급하면 어제 출발하지. '과연 저 사람도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긴 한 걸까?' 싶을 만큼 무질서한 운전자들이 곳곳에 있다. 운전 매너이기 이전에 안전의 문제다. 운전과 안전. 닮아있는 두 단어에는 간극이 없어야 한다.
'안전속도 5030'이 지난 17일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도심지역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가 원칙이며 주택가 이면도로 등 보행자 보호가 우선인 도로는 30㎞로 제한된다. 이 제도의 취지는 보행자 보호와 교통안전이다. 제주는 56개 구역 총 334㎞ 구간에서 시행 중이다.
성공적인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운전자들의 인식 변화와 참여가 절실하다. '양심 냉장고'가 부활한다면 조금 더 많은 운전자가 참여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경규 씨, 부탁드립니다. <김도영 편집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