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건시민센터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1일 오전 이마트 신제주점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제주도 피해조사 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강민성기자
제주지역 가습기살균제 잠재적 피해자는 1만2000여명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실제 피해 신고자는 0.4%에 불과한 47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 중 피해를 인정받은 경우는 26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21일 제주시 노형동 이마트 신제주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많은 피해자가 아직도 구제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는 명확한 진상규명과 피해자 구제에 힘써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날 단체가 발표한 가습기살균제 2021 제주도 피해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 살균제를 구매해 제품에 노출된 제주도민은 11만4370명이며 이 가운데 잠재적인 건강 피해자는 1만2182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피해를 신고한 도민은 2021년 3월 말 기준 47명(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명 중 1명 꼴이다.
신고를 접수한 후에도 피해 인정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제주의 경우 47명(사망 8명·생존 39명)이 가습기살균 피해를 신고했다. 하지만 26명(55%)만 피해 구제가 인정됐으며 나머지 21명(사망 3명 포함·45%)은 불인정됐거나 미인정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가습기살균 피해자 유족들도 참석해 울분을 토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유족 김태종씨가 발언하고 있다. 옆(오른쪽)은 피해자 오은화씨.
지난해 아내를 잃은 김태종씨는 "2007년 이마트에서 기획상품으로 나온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하고 나서 건강했던 아내가 21번 입원하는 등 10년간 투병하다 세상을 떠났다"며 "3~4년 전엔 목을 뚫고 파이프를 연결해 숨을 쉬어야 했고, 하루 최대 60회까지 분비물을 석션해야 하는 등 고통을 받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오은화씨는 "옥시 제품을 사용한 후 6개월 된 딸을 떠나보내야만 했다"며 "관련 기업들이 합당한 처벌을 받길 바란다"고 하소연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연 단체들은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정부와 가해기업이 책임을 회피하는 사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며 "정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피해자 찾기와 배·보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진상규명을 위해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가습기 살균제 조사권 복원과 가해기업의 책임 인정 및 진정한 사과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