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서성이다'… 마음을 건드리는 언어의 유희들
제주 시인들의 신작으로 채워진 세 권의 시집이 도착했다. 김영기 시인, 조한일 시인, 김항신 시인이 그들이다.
2011년 '시조시학'으로 등단해 2017년 첫 시집 '지느러미 남자'를 펴낸 조한일 시인은 4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나를 서성이다'를 내놨다. 시집엔 변해가는 것들, 버려지는 것들, 잊히는 것들, 소외되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고 담아낸 60편이 담겼다.
"새처럼 나는 쇳덩이 안 네안데르탈인 가득하다."로 시작되는 '네안데르탈인 날다'로 열리는 시집은 수십만 년에 달한다는 인류의 역사 속에 '나를(날을)' 서성이며 우린 과연 '진보'해 왔는가를 묻는 시편들이 흩어져 있다. 때로는 언어유희로 독자들의 마음을 건드린다. "가장 낮은 곳에 임금님이 계신 거야/ 기막히게 딱 그 선에서 알바다 노동이다/ 어딘들 아니겠냐만 최저가 곧 최고인 이 땅"이라며 동음이의어를 활용해 '최저임금제'의 민낯을 드러내고, "어젯밤 종아리에" 찾아온 '쥐'는 "내일을/ 살기 위해/ 끊임없이 앞니를 가는" 눈시울 뜨거워지는 삶과 연결 짓는다.
시인은 시가 보잘 것 없더라도 자신을 둘러싼 이 세상에 대한 작은 배려로 여겨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세월이 흐르며 유실 위기에 처해 있는 '내도 알작지왓'에 빗대 시인은 시의 생명을 노래한다. "썰물이 훑고 가면/ 차르륵 샤그르륵// 상처를/ 씻어 내리며/ 알몸으로 시를 쓴다"고. 시와실천. 1만원.
'라면의 힘보다 더 외로운 환희'… 고되지만 벅찬 시 작업
김항신 시인은 두 번째 시집 '라면의 힘보다 더 외로운 환희'를 냈다. 첫 시집 '꽃향유'에 이어 2년 만에 나왔다.
어느 시절 밥에 얽힌 시편들이 눈에 들어온다. '월정리 해변 거닐다 자장면에 빠진 날', '꽃 밥', '옛 골목 시장', '빙떡', '국수 한 그릇', '봉합' 등에 음식으로 치유되던 순간이 있다. '만학도의 길'이란 부제가 달린 표제시에선 매운 사발면과 시로 향하는 여정이 겹친다. 시 '백록담'을 남긴 정지용을 떠올리는 한라산행은 시인에게 고되지만 벅찬 일로 그려진다. 도서출판실천. 1만2000원.
수수께끼 동시조집 '나 누구게?'… 아이들에게 문학을
김영기 원로 시인은 '수수께끼 동시조집'으로 이름붙인 '나 누구게?'를 출간했다. 수수께끼 같은 동시조를 읽고 제목을 맞히도록 구성했다.
수수께끼와 동시조는 공통점이 있다. 어떤 사물을 바로 말하지 않고 비유나 묘사, 상징으로 표현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좀 더 재미있게 문학작품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동시조집으로 가정 생활과 우리 몸, 등하굣길과 학교 생활, 꽃과 나무, 바다와 해양생물, 곤충 등을 소재로 이만두 작가의 그림과 함께 50여 편을 실었다. 한그루. 1만1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