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참가자들이 삼나무숲길을 걷고 있다. 이상국기자
코로나19 뚫고 올해 첫 에코투어 진행감염 확산 차단 위해 최소 인원 참가목초지·오름·곶자왈 등 다양한 볼거리
울창한 곶자왈 속에 비친 초여름 햇볕 사이로 포자와 깃털, 나뭇잎이 흩날리면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득 이 순간을 보려고 오늘 하루 산과 들을 그렇게 땀을 흘리며 누볐나 하는 생각이 스친다.
지난달 19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1년 제1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소재 거슨새미오름 주차장에서 시작해 가메옥, 목장길, 선흘곶자왈, 삼나무 숲길로 이어지는 코스로 진행됐다.
올해 에코투어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 때문에 일정이 다소 늦춰졌으며, 감염 확산 우려를 최대한 낮추기 위해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산행이 이뤄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길잡이로 나선 박태석(72)씨는 "코로나19로 인해 올해도 힘겹게 에코투어를 시작한다"며 "과거 버스까지 대절해 에코투어에 나섰던 시절이 그립기도 했지만, 이제는 산행을 할 수 있는 것 자체로도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감사한 마음을 품은 채 거슨새미오름 남쪽 둘레길을 걷는다. 코스가 비자나무 산림욕장으로 이뤄져 초여름 날씨를 잊을 수 있는 상쾌함을 선사했지만, 가끔 다른 등산객과 마주쳐 황급히 마스크를 쓰는 모습이 연출될 때면 잠시 잊었던 코로나19의 어두운 그림자가 떠올랐다.
거슨새미오름의 정상이 아닌 둘레만 걸은 후 곧바로 가메옥으로 향한다. 가는 길에는 광활한 목초지와 더덕밭 밖에 없었는데, 그 뒤로는 맑은 날씨 아래 커다란 한라산이 제 몸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박태석 길잡이는 "작년에는 이 광활한 목초지에 메밀꽃 수천수만 송이가 활짝 펴서 장관을 이뤘다"면서 "목초지가 넓어 길을 잃기 쉽다. 한라산이 보이는 곳을 향해 가면 곧 가메옥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30분 정도 걸었을까. 눈 앞에 작은 언덕이 나왔다. 오름보다 언덕에 가깝게 생긴 이 것이 설마 가메옥일까 생각한 순간 마음을 읽은 듯한 길잡이가 "가메옥에 왔다"고 외친다. 에코투어가 끝나고 찾아보니 가메옥은 비고 28m, 둘레 619m에 지나지 않았다.
큰까치수염
비자 열매
꿀풀
반면 가메옥의 속 살은 사람의 발길이 전혀 닿지 않아 거칠었다. 탐방로까지 수풀이 가득 뻗쳐 있었고, 경사도 가팔라 10분 남짓 올랐는데도 비지땀이 흘렀다.
하지만 정상에 오르니 시원한 바람과 그림 같은 풍경이 눈 앞에 펼쳐졌다. 높은오름과 칡오름, 안·밧돌오름, 민오름 등이 젖가슴처럼 봉긋 솟아올라 부드러운 곡선미를 자랑한 것이다.
가메옥에서 내려온 후 목장길을 거쳐 선흘 곶자왈로 가기 위해 목장지대를 걷는다. 전날 비가 와서 땅이 상당히 질척거렸지만, 가메옥에서 생각치 못한 풍광을 본 덕분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털목이
또 곶자왈을 향해 걷는 중 수풀에서 갑자기 '꿔궈궝'하며 꿩이 요란하게 날아올라 참가자들은 서로의 놀란 모습을 보고 한바탕 웃기도 했다. 이후에도 꿩의 '출연'은 3~4번 더 있었는데, 가장 나이가 어렸던 20대 참가자가 가장 많이 놀라서 '그래 가지고 장가는 가겠나'라는 우스갯 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선흘곶자왈은 오름과 들판을 바쁘게 걸었던 참가자들을 위로해 주기에 충분했다. 어둑할 정도로 나무가 우거진 데다 시원한 바람까지 더해져 햇볕 아래도 잔뜩 열이 올랐던 참가자들의 몸을 식혀줬기 때문이다.
곶자왈에서는 목청(木淸)도 볼 수 있었다.
야생 꿀벌
나무 밑둥 쪽에 '위잉'하는 소리가 들려 봤더니 수 백마리의 꿀벌이 나무 안으로 꿀을 분주히 옮기고 있었던 것이다. 아울러 잠시 휴식을 가졌던 '가시딸기 군락지'에서는 살짝 비치는 햇볕 사이로 포자와 나뭇잎, 먼지, 깃털 등이 흩날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송은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