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일제강점기, 해방기에 걸쳐 격동기를 살았던 제주의 지식인 심재(心齋) 김석익(金錫翼, 1885~1956). 노사 기정진, 송사 기우만을 잇는 인물로 평가되는 부해 안병택의 가르침을 받았던 심재는 노사학맥을 제주에 전하고 제주에 뿌리내린 문인으로 불린다. 김석익이 조선시대의 문물과 제주도에 관한 역사, 문화 등 제반사항을 한문으로 정리한 글을 모아 후대에 엮었던 '심재집'이 완역 출간됐다. 제주 고전 연구자인 김새미오 박사의 번역과 오문복 한학자의 감수로 최근 우당도서관에서 '심재집Ⅲ'을 냈다.
번역 작업은 1990년 제주문화사에서 2권으로 영인한 '심재집'을 바탕으로 2018년부터 이뤄졌다. '심재집'에 들어있으나 이미 번역서가 나온 '제주 속의 탐라', '탐라기년'의 내용을 제외한 전 부분을 우리말로 옮겼다.
앞서 1권에는 시(詩), 서(序), 전(傳), 기(記), 행장(行狀), 묘표(墓表), 제문(祭文), 찬(贊), 발(跋)이 실렸다. 2권에는 근역시화(槿域詩話), 잡동산이(雜仝散異), 근역화단명가초(槿域畵壇名家抄), 유리만필(儒理漫筆)을 번역 수록했다. 이번에 발간된 마지막 3권은 해상일사 하(海上逸史下), 탐라지(耽羅誌), 탐라관풍안(耽羅觀風案), 탐라빈흥록(耽羅賓興錄)으로 구성됐다.
'심재집'에는 제주의 인물, 제주의 명필, 제주의 성씨와 씨족, 제주의 과거 합격자 등 제주도에만 있는 이야기가 다수 기록되어 있다. 제주설화의 한 장면을 그대로 적어놓은 '잡동산이' 속 설만두고(설문대)도 그 중 하나다. 심재는 '탐라지서'에서 "제주는 사면으로 바다가 푸르게 둘러싸서 다른 세계를 이루니, 이른바 옛날 탐라국이다"라고 했는데, 본토와 다른 별도의 공간으로 독특한 정체성을 지녔던 점에 주목했다.
역자인 김새미오 박사는 심재의 저술에 나타난 의식을 '조선유민의식', '제주에 대한 관심과 애정' 두 가지로 제시했다. 역자는 특히 "기존 탐라지가 관리들이 작성하여 제주도를 다스리기 위한 보조수단으로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오로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대한 애정의 표현으로 지어졌다"며 "제주도 사람의 시각으로 제주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심재집' 번역이 심재 관련 연구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1928년 일본으로 건너간 후 그곳에서 '천주교란기'를 편집했다는 기록이 있는데 '심재집'에선 확인이 되지 않고 10여 년 일본 행적도 공란으로 남아있는 등 차후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 역자는 영인본 '심재집'에는 없지만 국립제주박물관 소장 자료 일부를 추가 번역해 '심재집 부록'으로 3권에 실었다.
비매품. 이달 13일부터 우당도서관에서 선착순으로 배부할 예정이다. 문의 728-8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