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ED 지상전] (15)김영란의 '제주 바람'

[갤러리ED 지상전] (15)김영란의 '제주 바람'
제주살이 투영된 세찬 바람 속 이방의 존재
몰아치는 바람 앞 야자수 부드러워진 잎으로
  • 입력 : 2021. 08.08(일) 14:20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도'라고 했던가. 제주에 둥지를 튼 그가 그 별칭을 체감한 건 바람이었다. 도시에 사는 동안엔 바람의 존재를 거의 느끼지 못했다. 이 섬에선 달랐다. 잦은 바람이 일상의 리듬을 흔들 정도였다. 그의 작업에도 자연스레 바람이 스몄다. 그 바람은 점점 빛깔을 달리했고 근래엔 야자수에 머물렀다.

한라일보 1층에 자리 잡은 갤러리 이디(ED) 초대전에 '제주 바람' 연작을 내건 김영란 작가다. 그는 2020년 캔버스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제주 바람'과 2021년 유화 작업으로 완성한 또 다른 '제주 바람'으로 제주살이의 풍경을 나누고 있다.

지난해 제주도미술대전 선정작가상을 수상한 김 작가는 2015년 제주에 정착했다. 아침·점심·저녁 빛이 제각각인 하늘 등 제주 자연은 그의 작업 세계를 확장시켰다. 제주 생활 초기에는 종전 인물 작업에 제주 바람을 담았다. 바람을 맞으며 느끼는 여러 감정들을 자화상으로 표현했다. 그러다 차츰 바람을 온몸에 품은 해녀, 바람에 흔들리는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세찬 바람 속 분투하는 야자수는 이방인의 생존기와 닮았다고 여겨졌다. 토종은 아니나 겨울을 견디고 바람과 싸우며 버텨왔기 때문이다. 낯선 제주 생활을 이어가는 김 작가는 야자수를 보며 동질감을 느꼈고 '제주 바람' 연작에 그 마음을 투영했다.

자세히 보면 해가 바뀐 야자수는 다른 표정을 짓고 있다. 2020년 '제주 바람'에 등장하는 야자수는 사정없이 몰아치는 바람 앞에 마냥 서 있다. 노란 색감의 화면이 희망을 예고하지만 간단치 않은 상황이다. 2021년엔 부드러운 야자수 잎을 가까이서 보여준다. 제주살이의 그것처럼 어느새 제주 바람이 온화해졌다.

이즈음 작가는 수채화 작업으로 파도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람에 의해 만들어지는 물결, 다른 지역과는 다른 물빛을 연구하며 '제주 파랑'(가제)을 구상 중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29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