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양전형의 제주어 장편소설

[이 책] 양전형의 제주어 장편소설
그 끝을 안다면 남은 생 어떻게 살까
  • 입력 : 2021. 08.13(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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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시집에 이어 제주어 장편소설을 시도한 양전형 시인.

표준어 뜻풀이 없이 쓴 '목심'
제주어 시집에 이은 첫 장편

'십년벵'이란 역병 덮친 설정

2016년 내놓은 시집 '게무로사 못 살리카'에 실렸던 시 한 편이 동기가 되었던 것일까. '제주어'로 썼던 그 시집 속 '목심'이 동명의 소설로 탄생했다. 양전형 시인이 '제주어 장편소설'이란 이름을 달고 출간한 '목심'이다.

제주 방언인 '목심'은 '목숨'을 의미한다. 근래 '제주어 시집'을 집중적으로 발표했던 시인은 이번에 "전래 제주어로도 문학을 할 수 있다"면서 괄호를 친 표준어 뜻풀이 하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제주 방언으로 장편 작업을 시도한 배경을 밝혔다.

'목심'은 주인공 일구가 소주, 오메기떡 등을 들고 공동묘지로 향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그곳엔 일구와 한동네에 살던 준기삼춘이 묻혔다. 시한부 인생인 일구에게 남은 나날은 5년에 불과하다. 일구는 마지막 생을 붙들며 땅속에 잠든 '멘토' 준기삼춘을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이 소설에는 탑동, 오라동 등 제주시 해안과 중산간 마을의 정감 어린 풍경이 펼쳐진다. "사름덜 뜨거운 심장 덕분에 시상도 살아이신 거주"라는 소설 속 준기삼춘의 말처럼 뜨거운 피들이 모여 사랑하고, 이별하고, 시를 쓰던 시절이었다. 진추하의 '원 서머 나이트',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로드 스튜어트의 '세일링' 등 일구의 곁에 머물던 노래들은 그때를 추억하게 만든다.

"세상이 사뭇 살판이 난 것처럼 와작"거렸던 '21세기 밀레니엄 시대'를 계기로 이야기는 전환점을 맞는다. 오늘날의 코로나19처럼 신종 바이러스로 고통받는 상황 속에 잔인무도한 냉혈한이 등장한다. '십년벵'이라는 역병은 지역의 대학 연구소가 인공 심장으로 생명 연장 기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소왕벌에 바이러스가 전이되면서 나타난 거였다. 준기삼춘은 "심장이 뜨겁게 탕탕 뛰는 건 열심히 착하게 살자는 소리"라고 했는데 '십년벵'은 인간이 품었던 그 뜨거운 심장을 앗아갔다. 이 같은 설정은 인간의 헛된 욕망에 대한 비판적 시선과 닿아있다.

제주어보전회 이사장을 지낸 작가는 "제주어로 제주땅과 제주문화와 제주사람을 담아내고 싶었다"며 "자기 목숨의 끝이 언제인지 정해졌을 때 보통 사람들은 남은 생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이 작품이 던지는 질문"이라고 했다. "중간중간 표준어 해설을 넣으면 작업 의도가 제대로 살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는 그는 가을쯤 표준어로 쓴 '목심'을 따로 펴낼 예정이다. 도서출판 글왓. 1만5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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