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라일보DB
코로나19가 국내에서 발생한지도 1년이 훌쩍 지났다. 일시적이고 단편적으로 끝날 줄 알았던 일상의 변화는 장기적이고 총체적인 형태로 우리 삶에 녹아들었고, 많은 것이 바뀌었고 바뀌고 있다.
시대가 변하는 만큼 새로운 말도 만들어진다. 오랜 시기에 걸쳐 자연스럽게 스며든 변화가 아닌 감염병이라는 갑작스러운 충격에 의한 것이지만, 그럼에도 새 시대를 반영하고 새 뜻을 품은 새 말, 신조어는 나타났다.
한 연구기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300개가 넘는 신조어가 출현한 것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 "달라진 일상"=경북대학교 국문과 남길임 교수 등 3명이 최근 발표한 '코로나19 신어의 수집과 사용 양상 연구'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신조어 302개가 생겨난 것으로 분석됐다.
신조어의 조건은 ▷2019년 12월 이후 등장 ▷대중매체에 한 차례 이상 등장 ▷'우리말샘' 사전 미등재 등이다.
코로나19 신조어 302개 가운데 136개가 '재난기본소득', '재난지원금' 등 전문용어였으며 '마스크 5부제' 등 보건 분야를 비롯해 코로나 치료제 '램데시비르' 등 의학 분야, '큐코노미'(불안 심리로 인해 정부가 돈을 풀어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 등 경제 분야 등에서도 신조어가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달라진 일상생활을 반영한 일반용어가 가장 눈에 띈다. 우선 가장 흔하게 접하는 '사회적 거리두기'부터가 신조어다. '거리'라는 명사와 '두다'라는 동사가 어울려 무릇 '거리를 두다'라고 표현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거리두기'는 대개 붙여 쓰이며 하나의 고유명사와 같은 개념을 지니고 있다.
거리두기가 반영된 어휘만 해도 60여개가 넘어선다. 일반 용어 중에선 집에서만 지내는 생활을 의미하는 '집콕'에 이어 집콕 놀이, 집콕 취미, 집콕 데이트, 집콕 요리, 집콕 테스트, 집콕 놀이키트 등 다양한 합성어들이 뒤따라 생겨났다.
새로운 감염병의 등장으로 건강에 관한 관심도 부쩍 많아졌다. 밀폐된 실내공간을 벗어나 운동을 즐기려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관련한 신조어가 다수 등장했다. 실내체육시설의 출입이 어려워지면서 산에 있는 운동시설이 '산스장'으로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산스장은 산과 헬스장의 합성어다. 공원과 헬스장을 합한 '공스장'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마기꾼'부터 "결송합니다"까지…=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일상에서의 제약을 반영한 웃지 못할 신조어들도 다수 나타났다.
우선 '마스크'와 '사기꾼'의 합성어로 '마기꾼'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마스크를 벗은 모습이 쓴 상태를 상상한 얼굴과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일상이 된 마스크 착용으로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는 상태에서 외모가 더 나아 보일 경우 '마기꾼'이라는 표현을 쓴다.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준수해야 하는 방역수칙이 생겨나며 기준을 위반했을 경우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처분을 받는 사회를 반영한 씁쓸한 신조어도 있다. '코로나'와 '파파라치'의 합성어인 '코파라치'다. 관련 신고 시 정부가 포상금을 지급하는데, 이를 위해 방역 수칙 위반 사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거리두기 4단계 시행으로 예비부부들의 예식장 관련 민원이 급증하는 가운데,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 사이에서 생겨난 말도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결송합니다'라는 단어를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시됐다. 자신을 오는 9월 예식을 앞둔 예비신랑이라고 소개한 청원인 A씨는 "'결송합니다'는 '결혼해서 죄송합니다'라는 단어"라며 "1년 이상을 준비해온 결혼식이지만, 코로나19 시국의 결혼은 축복받지 못하는 것을 넘어 예비부부의 욕심으로 치부돼 이같은 단어마저 생겼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런 말이 생겼다는 사실이 예식을 앞둔 사람으로서 슬픈 현실"이라며 "억울한 위약금마저 예비부부들이 떠안고 있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