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제주연구원은 2023년 서귀포시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으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2021년 기준 인구소멸위험지수가 0.53으로 '주의' 단계인데 2023년에 0.47로 위험지역으로 진입한다는 것이다. 인구소멸위험지수는 한 지역의 만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눈 지표다. 1.5 이상은 소멸위험이 '매우 낮음', 1.0~1.5미만 '보통', 0.5~1.0 미만 '주의', 0.2~0.5 미만 '위험 진입', 0.2 미만은 '고위험'으로 분류된다.
제주도의 인구소멸 위험지수는 2013년 7월 0.94에서 2020년 5월 0.77로 '주의' 단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저출산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저출산의 심각성은 통계수치에서도 확인된다. 올들어 7월까지 도내 출생아 수(잠정)는 2325명으로 작년 같은기간 대비 4.3%(105명) 감소했다. 연말까지 역대 최저였던 작년(3989명)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된다. 작년 제주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1.02명, 한국은 0.84명으로 모두 역대 최저였다.
제주나 정부가 그동안 저출산 대책에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러니 이만큼이라도 유지하고 있다고 위안이라도 삼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정부는 2006~2020년 1~3차에 걸친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토대로 무수한 저출산 극복 정책에 200조원에 가까운 예산을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효과는 고사하고 출생아 감소가 불러오는 우리사회의 여러 변화에 대응할 정책 마련을 요구받는 상황을 맞고 말았다.
청년들이 결혼을 주저하거나 포기하게 하는 요인은 고용 불안정과 집값 부담, 양육·사교육비 부담,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가치관의 변화로 인한 비혼현상 등이다. 젊은이들이 안정적인 일자리에 일찍 취업할 수 있어야 일정기간 열심히 저축하고 금융권의 대출을 받아 집을 장만할 수 있겠다는 계획을 짜고 결혼과 자녀 계획도 가능한 법이다.
하지만 현실은 어느 것 하나 녹록한 게 없다. 작년 도내 청년(15~29세) 실업률은 6.8%로 2000년 이후 가장 높았고, 올해는 2분기 9.2%, 3분기 8.2%로 2014년 2분기(9.9%) 이후 가장 높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집값 폭등은 '미쳤다'는 말 외엔 표현이 어렵다.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 매매가격은 올들어 9월까지 15.0% 올라 인천(20.1%), 경기(18.9%) 다음으로 높다. 단지형 아파트들은 올해만 2억~3억원 오른 곳들이 적잖다. 제주 직장인들의 소득을 감안하면 내 집 마련은 '부모 찬스'에 기댈 수 없는 이들에겐 꿈도 꿀 수 없는 수준이 됐다.
2000년대부터 시작된 저출산 기조는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접어들었다. 출산율 높이기는 고사하고 지금보다 더 떨어지지라도 않도록 하려면 폭등한 집값을 잡고, 안정적인 주거혜택에 접근하기 쉽도록 양질의 공공주택 비중을 늘려 젊은층의 삶의 형편이 나아지도록 하는 게 지금 제주도와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문미숙 부국장 겸 경제산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