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아동학대 보호관찰 대상자 지속 발생
피해아동 40% 이상이 학대 행위자와 동거중
보호관찰소 재범 예방 이어 '가정 재건' 역할
월 3회 이상 지도·감독 함께 '경제적 지원'도
입력 : 2021. 10.25(월) 16:06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제주보호관찰소에서 아동학대 피해 자녀를 대상으로 진행한 피해자 지원활동. 제주보호관찰소 제공
제주에서 아동학대 범죄가 늘면서 재범을 예방하는 보호관찰소가 '가정 재건'에도 나서고 있다. 피해아동과 학대 행위자가 다시금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 유발될 수 있는 제2의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서다.
#A(50대)씨는 최근 자녀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제주지방법원으로부터 보호관찰 1년을 선고 받았다. 피해아동을 부양할 사람이 A씨 밖에 없는 점을 법원이 참작한 것이다. 통상 학대 행위자와 피해아동이 함께 사는 경우는 '학대의 경중', '시설 입소 가능 여부', '피해아동 의사'에 따라 결정된다.
하지만 20회가 넘는 전과와 여러 번의 결혼실패, 구직난으로 인해 A씨의 사정은 녹록지 않았다. 여기에 자녀가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진단까지 받으면서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은 A씨의 재범을 막기 위해 월 3회 지도·감독에 나선 제주보호관찰소에 의해 파악, A씨는 현금으로 자녀의 의료비와 교육비를 지원 받을 수 있게 됐다.
#B(40대)씨도 자녀를 학대해 제주지법으로부터 보호관찰 1년을 선고 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으로 수입이 크게 감소하면서 학교에 재학 중인 두 아들의 교육·생활비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막내 아들은 분노조절 장애 때문에 지속적인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다.
제주보호관찰소는 B씨에게 의료비·교육비를 현금으로 지급했고, 10여만원 상당의 교육 물품도 지원했다.
25일 제주보호관찰소에 따르면 아동학대 보호관찰 대상자(사회봉사·수강명령·선도조건부 기소유예 포함)는 2019년 31건, 2020년 67건, 올해 9월 기준 26건으로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올해 기준으로 피해아동이 학대 행위자(친부·친모)와 함께 동거하는 경우도 41.6%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아동 열 명 중 네 명 이상이 학대 행위자 함께 지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제주보호관찰소는 보호관찰자를 대상으로 월 3회 지도·감독을 진행, 재범 우려를 차단하는 한편 분기별로 '피해아동 지원 주간'을 운영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피해아동 가정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아동 전문 상담사 23명을 '특별보호관찰 위원'으로 위촉, 경제적 어려움 등 아동학대 재범 유발 요소를 확인·해소하고 있다.
제주보호관찰소 관계자는 "아동학대 사범 가정의 정상적 기능 회복이 곧 재범을 차단하는 일"이라면서도 "만일 재범이 발생할 경우 보호처분 취소 신청, 수사의뢰 등 적극적인 제재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