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 오름정상 레이더시설 법률자문 '오락가락'

[초점] 제주 오름정상 레이더시설 법률자문 '오락가락'
제주도 로펌·법제처에 적법성 다시 의뢰..공정성 논란 자초
첫 자문 의뢰 고문변호사 5명 중 4명은 적법·1명 위법 의견
  • 입력 : 2021. 11.01(월) 11:35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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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 "고문변호사여서 제주도에 유리한 의견 낼 수 있어"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오름에서 추진중인 '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현대화 구축사업'(이하 남부 항공로 레이더)에 대한 적법성 판단을 제주도가 다시 받기로 했다. 애초 법률 자문을 받았던 변호사들이 전부 제주도가 위촉한 고문변호사여서 공정성 시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가 공정성 논란을 자초한 끝에 다시 법적 판단을 구하기로 하면서 예산과 시간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는 남부 항공로 레이더의 건축 허가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법제처와 대형로펌에 법률 자문을 의뢰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달 18일 고문변호사 5명에게 같은 문제로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법률 자문의 쟁점은 절대보전지역 내 오름에 대한 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허가를 근거로 제주도가 레이더 건설을 허용한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 지였다.

남부 항공로 레이더가 건설되는 곳은 서귀포시 색달동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삼형제큰오름으로, 이 오름은 제주특별법상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절대보전지역과 문화재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각각 지정돼 있다. 단 절대보전지역이라도 제주특별법에 따라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선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에서 정한 행위들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조례(6조 5호)조차도 보전지역 내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이 있어 위법 논란이 일었다.

반면 제주도는 같은 조례 6조 6호에 따라 문화재청장 허가를 받을 경우 절대보전지역 내에서 문화재 활용 행위가 가능하고, 레이더 설치의 경우 이미 문화재청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오름 내 레이더 건설 금지 규정을 배제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토부는 남부 항공로 레이더를 짓기 위해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를, 올해 4월 제주도로부터 건축 행위 허가를 각각 받았다.

자문 결과 고문변호사 5명 중 4명이 적법 의견을, 나머지 1명이 위법 의견을 냈다. 적법 의견을 낸 변호사는 제주도 논리처럼 조례에 허가 대상을 나열하고 있고, 이 중 하나만 충족해도 된다고 판단한 반면, 위법 의견을 낸 변호사는 설치 금지 규정이 명확히 명시된 만큼 오름에선 레이더 설치를 허가할 수 없다고 유권해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적법 우세 의견에도 제주도가 다시 법률 자문을 구하기로 한 것은 공정성 시비를 의식했기 때문이다. 도 관계자는 "도 고문변호사는 아무래도 제주도에게 유리한 의견을 낼 수 있기 때문에 공정성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로펌과 법제체에 다시 법률 자문을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법률 자문을 다시 받기로하면서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설 논란도 한동안 계속 이어지게 됐다. 앞서 국토부는 오름 훼손 논란이 일자 지난달 15일 레이더 공사를 스스로 중단했으며, 7일 뒤에는 공문을 보내 "허가 절차에 대한 적법성 판단을 빨리 내려달라"고 요구했었다.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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