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제주 한라산 오름 항공 레이더 부지 변경되나

[초점] 제주 한라산 오름 항공 레이더 부지 변경되나
국토부 "제주도 요청 따라 다른 곳에 짓는 방안 검토중"
'문제 없다'던 제주도 입장 선회 "도민 정서와 안 맞아"
  • 입력 : 2021. 11.22(월) 18:31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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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이번 사태 계기로 보전지역 규정 재정비 해야"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오름에서 추진되다 환경 훼손 논란에 중단된 '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현대화 구축사업'(이하 남부 항공로 레이더)이 새국면을 맞았다. 국토교통부는 제주도의 요청에 따라 남부 항공로 레이더를 다른 곳에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부지 변경 검토 착수=국토부 관계자는 22일 "남부 항공로 레이더 부지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 입장에선 (레이더 성능 확보 면에서 우수한) 지금의 부지에서 건설하는 것이 가장 좋지만 제주도의 요청 등을 고려해 부지 변경을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부지를 변경하는 것으로 결론 난다면 대체 부지를 찾기 위한 실시설계용역 등 모든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내부 검토 후 부지 변경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남부 항공로 레이더가 건설되는 곳은 한라산 1100고지 인근 삼형제큰오름으로, 이 오름은 제주특별법상 개발이 엄격히 제한되는 절대보전지역과 문화재법상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으로 각각 지정돼 있다.

단 절대보전지역이라도 제주특별법에 따라 원형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조례)'에 규정된 행위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조례(6조 5호)에도 보전지역 내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이 있어 위법 논란이 일었다.

반면 제주도는 같은 조례 6조 6호에 따라 문화재청 허가를 받은 경우 절대보전지역 내에서 문화재 활용 행위가 가능하고, 국토부의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축 허가 신청은 이미 문화재청의 승인이 이뤄진 뒤 들어온 것이 때문에 이 때부턴 오름 내 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을 배제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국토부는 남부 항공로 레이더를 짓기 위해 지난해 12월 문화재현상변경허가를, 올해 4월 제주도로부터 건축 행위 허가를 각각 받았다.

▶입장 바꾼 제주도=제주도는 위법 논란이 일자 레이더 건축 허가 절차가 적법했는지를 가리기 위해 고문변호사 5명과 법제처, 로펌에 법률 자문을 의뢰했다.

쟁점은 절대보전지역 내 오름에 대한 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에도 불구하고, 문화재청 허가를 근거로 레이더 건설을 허용한 것이 법적으로 타당한 지 여부였다.

자문 결과 고문변호사 사이에선 4대1로 적법 의견이 위법 의견보다 우세했고, 로펌도 적법 의견을 제시했다. 법제처는 유권 해석 대상이 아니라며 아무런 의견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처럼 적법 의견이 우세했음에도 제주도는 국토부에 부지 변경을 요청해 '레이더 건설 과정에 문제가 없다'던 기존의 입장을 뒤집었다.

도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오름 정상에 레이더를 건설하는 건 도민 정서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국토부도 부지 변경을 긍정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표면적으로는 도민 정서를 이유로 들었지만 환경단체가 건축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고, 공사를 강행할 경우 소송 등 법적 다툼으로 번질수 있다는 점도 부지 변경을 요청하게 된 배경으로 추측된다.

▶절대보전지역 규정 손질 필요=환경단체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유권 해석을 떠나 절대보전지역인 삼형제오름에서 레이더 건설이 허용되면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며 "제주도가 건설을 허용하면 앞으로도 문화재청의 허가만 받으면 보전지역 내 오름에 대한 레이더 설치 금지 규정을 무시할 수 있다는 식의 판단이 가능해져, 이는 결국 제주도가 스스로 만든 조례를 무력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제주특별법에 원형 훼손 범위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보니 보전지역 내 개발 행위 신청에 대해 제주도의 자의적 해석이 가능하다"며 "제주도는 왜 제주특별법에 절대로 보전해야 하는 '절대보전지역' 규정을 만들었는지 그 취지를 제대로 살펴 법 정비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남부 항공로 레이더는 항공기를 감시하는 시설이다. 국토교통부는 내구연한(14년)이 도래한 서귀포시 안덕면 동광레이더를 최신 기술이 도입된 남부 항공로 레이더로 교체하기로 하고 지난 10월부터 삼형제오름에서 본 공사를 시작했지만 위법 논란이 일자 이틀 뒤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또 오름의 지반을 지하 5m까지 파내는 터파기 공사에도 주변 식생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본 제주도의 판단과 그동안 건설 예정지가 오름인 줄 몰랐다는 해명까지 더 해져 논란이 커졌다. 제주도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절대보전지역 내 행위 허가와 사후 관리 업무 처리 방침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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