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에 실린 국가등록문화재 제주도시험장 연구동 건물.
제주학회 제주학 총서로 조명
방언·곤충 유사성 깨달은 후곤충학 넘어 방언학까지 확장
그의 학문적 궤적은 제주 전과 후로 나뉜다. 1943년 4월 제주도에 오기 전까지 그의 관심은 주로 나비와 에스페란토였다. 그는 제주와 만나면서 자연, 인문, 사회 전반을 아우르며 연구하는 명실상부한 통합학자가 되었다. 42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다간 석주명(1908~1950)이다.
제주학회가 제주학 총서 두 번째로 '제주학의 선구자 석주명'(윤용택·강영봉·양정필·정세호·안행순 공저)을 내고 석주명의 제주학을 제대로 평가하는 작업에 나섰다. '제주학의 선구자'로 부르지만 실제 석주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제주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선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주도의 행적을 중심으로 석주명의 생애를 정리했고 제주도총서 6권의 세부 내용을 평가와 과제를 덧붙여 소개했다. 그동안 발표된 석주명의 제주학 관련 연구도 수록했다. 부록으로 일본어로 된 '제주도나비채집기'를 번역해 실었다.
전국 산야를 누비며 나비를 채집했던 석주명은 지역에 따라 나비 종류뿐만 아니라 언어와 문화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다. 방언과 곤충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는 것을 안 다음부터 그는 곤충학에서 방언학으로 연구범위를 과감하게 넓혀갔다.
석주명의 제주도 연구는 단순한 지적 호기심을 뛰어넘는다. 그는 제주의 자연이 우리 민족의 삶의 터전을 확장해주고, 제주방언과 제주문화는 옛 우리말과 문화의 모습을 잘 간직하고 민족문화를 풍성하게 해준다고 믿었다. 사라져가는 제주도의 자연과 문화를 하루빨리 규명해야 된다는 점도 일찍이 깨달았다. 그런 열정으로 곤충학자이자 이방인임에도 곧바로 제주 연구에 뛰어들어 6권의 제주도총서를 남겼다.
석주명은 세상이 제주의 자연과 문화의 가치를 잘 모를 때 그것들을 발굴하여 제주 바깥에 알린 인물이다. 그는 제주도의 진가를 알고 사랑한 스스로를 '반(半)제주인'이라고 자부했다. 한그루. 2만5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