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다혜의 편집국 25시] 불청객이 찾아왔다

[강다혜의 편집국 25시] 불청객이 찾아왔다
  • 입력 : 2022. 01.13(목)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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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와 펜을 챙겨 핸드폰을 꺼낸다. 통화연결음이 들려오면 심장도 덩달아 덜컹거린다. 자리에 없으면 어쩌나, 뭘 먼저 물어볼까…

"안녕하세요 OOO기자입니다"

"네↗","네 안녕하세요", "네↘", "…네"까지 반응은 가지각색이다.

매일 취재를 하며 늘 낯선 사람과 전화를 하지만 곧 들려올 목소리에 늘 긴장이 든다. 예상과 전혀 다른 반응에 머리가 하얘지거나, 오늘 쓰려고 구상했던 기사를 아예 망치면 어쩌나.

웬만한 호연지기는 타고나지 못했는지 기자 생활을 하며 마주하는 어려운 상황들이 있다. 취재를 목적으로 전화할 때가 대표적이다.

전화를 끊고 나선 찝찝한 기분도 든다. 상대에게 성가신 존재가 된 것 같아서다. 기자의 전화가 수신자에겐 예고 없이 찾아온 불청객에 가까울 것이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으면서 상황과 내용을 알려 달라 하니 전화를 받는 입장에서 퉁명스럽게 나온다 해도 감수해야 할 일이다. 짐 닿는 게 싫어 부탁할 일을 만들지 말자는 신조로 살아가고 있지만, 방어적으로 나올 것을 알면서도 달려들어야 하는 이 직업이 가혹하게 느껴진 적도 많다.

그럼에도 이 일을 위해 무리하게 천성을 바꾸진 않겠다. 나에겐 일이 곧 공부다. 세상에 더 궁금함이 생기지 않을 때까지 공부는 이어져야 한다. 내가 더 많이 알고 볼 수 있다면 더 잘 쓸 수 있지 않을까. 개별 기자가 바라는 세상은 무궁무진하다. 취재거리를 단숨에 만들어내는 뼛속까지 기자가 아니더라도. 수년 뒤 나는 지금의 기자생활을 어떻게 기억할까? 하루하루가 귀하고 소중하다. <강다혜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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