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제주 땅 '악심꽃' 꺾고 일상의 회복 큰 희망 향해

[현장] 제주 땅 '악심꽃' 꺾고 일상의 회복 큰 희망 향해
2022 탐라국입춘굿 4일 제주목 관아서 입춘굿으로 막 내려
코로나19 최전선 간호사 낭쉐몰이 호장 맡아 입춘덕담 나눠
소원지 쓰기 등 온라인 사전 신청 참여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
  • 입력 : 2022. 02.04(금) 18:26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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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입춘굿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주큰굿 보유단체인 사단법인 제주큰굿보존회가 제주의 일만팔천 신들을 청하는 초감제를 집전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코로나 감염병 속에서 환자를 살리겠다는 신념으로 환자 곁을 지키는 의료진들이 지치지 않고, 감염되지 않고, 그들도 용기를 잃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코로나19로 변화된 환경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자영업자, 소상공인, 많은 노동자들이 올해도 일상의 회복이라는 큰 희망을 향해, 서로를 위로하고 배려하며 모두 같이 걸어갈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4일은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인 입춘. 이날 제주시 삼도이동통장협의회 등과 함께 낭쉐(나무 소)를 이끌고 제주목 관아 망경루 앞에 설치된 특설 무대에 오른 양윤란 서귀포의료원 간호사는 이 같은 말로 '입춘덕담'을 마무리했다. 양 간호사는 제주민예총이 1999년 입춘굿을 복원해 거의 해를 거르지 않고 치러오는 동안 처음 여성 호장으로 선정된 이였다. 호장은 매년 덕망 있는 인물을 뽑아 낭쉐를 몰며 직접 농사를 짓는 과정을 시연하고 입춘날 제주도민들에게 덕담을 건네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는 코로나19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인 중에서 간호사를 호장으로 모셨다.

탐라국입춘굿은 바다와 밭을 아울러 '농사'의 풍요를 기원하는 굿이면서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제주 사람들의 신명나는 축제로 되살린 행사다. 2022 임인년 탐라국입춘굿은 '희망의 문 열리는 날'을 주제로 1월 20일부터 시작됐다. 3년째 계속되는 감염병 시국을 반영해 전년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입춘인 4일까지 이어졌다.

4일 민요패 소리왓, 삼도이동통장협의회 등이 참여한 낭쉐몰이가 펼쳐지고 있다. 진선희기자

2022 탐라국입춘굿 호장으로 선정된 양윤란 간호사가 "일상의 회복이라는 큰 희망을 향해" 걸어가자며 '입춘덕담'을 하고 있다.

마지막 날인 4일에는 제주목 관아에서 본행사인 입춘굿을 진행했다. 국가무형문화재인 제주큰굿 보유단체인 제주큰굿보존회가 집전한 초감제를 통해 일만팔천 제주섬의 신들을 청한 뒤 세경놀이, 낭쉐몰이, 입춘탈굿놀이, 허멩이답도리, 마누라배송, 막푸다시, 도진으로 이어지며 신들을 떠나보내는 등 입춘굿의 전통을 이은 무대가 잇따랐다. 다가오는 봄을 시샘하듯 차디찬 날씨 속에도 출연진들은 입춘굿 대목마다 오미크론 변이 등 코로나19가 물러나길 바라는 모두의 마음을 담았다. 입춘굿의 상징물인 낭쉐는 강문석·김영화 작가가 제작했다.

이 과정에서 초감제의 끄트머리에 입춘굿의 의미를 살려 제주 무속신화에 나오는 농경신 자청비를 등장시킨 '자청비놀이-꽃탐'이 새롭게 펼쳐졌다. 입춘을 맞아 자청비와 문도령이 생명꽃과 번성꽃을 들고 지상에 내려와 인간 세상을 번성하게 해주길 염원하는 의미를 담아 창작된 굿놀이였다. '우리 할망넨 영 살앗수다'의 민요패 소리왓, '비단길' 등을 들려준 창작국악그룹 오름, 제주 멸치를 소재로 만든 곡을 부른 어쩌다밴드 등 세대를 넘어 입춘맞이로 교감하는 공연도 마련됐다.

이번 탐라국입춘굿 총연출을 맡은 이성희(국악연희단하나아트)씨는 "제주 전통굿판의 요소를 가져오되 오늘날 우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해 코로나 등 세상의 모든 '악심꽃'을 꺾어내고 생명꽃을 피운다는 스토리를 입혔다"면서 "2년째 비대면 행사로 열리고 있는데 소원지 쓰기 등 작년보다 참가자가 크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탐라국입춘굿은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을 받아 시행한 참여 프로그램이 활기를 띠었다. 축제 기간 중 제주목 관아 곳곳에 나부끼는 소원지 쓰기에 600여 명이 몰리는 등 입춘춘첩쓰기, 굿청 열명올림, 영상과 사진으로 나누는 입춘국수, 입춘굿즈 꾸러미 구매자를 합쳐 총 1300명이 넘었다. 제주 본향당굿에서 따와 시범 운영한 '굿청 기원차롱'도 사전 접수를 통해 망경루 주무대에 20개가 차려졌다. 이는 탐라국입춘굿이 제주도민들에게 새해 새봄의 희망을 부르는 축제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탐라국입춘굿 현장인 제주 목관아에 나부끼고 있는 춘등과 소원지. 온라인 사전 신청으로 진행된 참여 프로그램 참가자가 작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지난 3일 열림굿, 4일 입춘굿 실황은 동영상 채널로 생중계했다. 김동현 제주민예총 이사장, 한진오 극작가, 정신지 작가가 각각 '어쩌다 이사장', '힙합 샤먼', '조잘조잘'이란 별칭으로 등장해 해설이 있는 입춘굿으로 온라인 방문객과 소통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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