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그런 생각을 해왔다. 숲에 가면 위안이 있을 거라고. 그 말이 다 맞는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사이 제주에서는 길을 내겠다며 삼나무숲을 베어내는 행정, 그들과 싸우는 시민들이 있었다. 그 숲은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보내는 어떤 신호일지도 모른다.
홍진숙, 현승의, 최라윤, 이말용, 고승욱 등 5명의 도내외 작가들이 태곳적 섬의 풍경을 품고 있는 원시의 숲에서 다시 자연을 돌아보라고 말하는 작품전을 서울 도심에서 갖는다. 이달 16일부터 3월 2일까지 문래동에 있는 스페이스 나인(서울 영등포구 경인로 739)에서 펼치는 '곶, 자왈' 주제전이다.
이들이 선보이는 작품 대부분은 곶자왈로 불리는 숲에서 만난 느낌들을 각자의 시선으로 해석한 것들이다. 거기엔 '제주섬의 허파'라는 곶자왈의 원초적 모습이 사라지지 않길 바라는 염원이 실렸다.

'곶, 자왈' 주제전 5인 작품 이미지.
고승욱의 영상·가변설치 '그림자가 나무에게'에는 '비자림로 삼나무 숲' 지킴이들과 함께했던 날들을 떠올리며 나무에게 띄운 영상편지 같은 작품이다. 눈 덮인 곶자왈을 헤맨 적이 있다는 이말용의 가변설치 '곶-궤' 등은 "그냥 그렇게 살아도 된다"는 숲의 울림을 전한다. 최라윤의 영상 '숲 지나가기'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는 곶자왈에서 들었던 소리들이 머문다. 현승의의 영상 '2072년 3월 15일'엔 개발의 폭력 앞에 유약할 수밖에 없는 자연이자 한껏 껴안았을 때 포근함을 주는 치유의 인형들이 인사를 건넨다. 홍진숙은 곶자왈에서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는 동안 어느덧 자신의 몸이 초록으로 물드는 경험을 했던 순간을 소멸목판 기법의 '그린 허파'로 표현했다.
전시장 개방 시간은 오후 1시부터 7시까지. 월요일은 문을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