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해수욕장 모래 날림에도 '바람 타령뿐'

반복되는 해수욕장 모래 날림에도 '바람 타령뿐'
겨울마다 되풀이되는 동부지역 해안가 모래 점령
차량 통행 어려움에 인근 상가·관광객 불편까지
  • 입력 : 2022. 02.21(월) 16:08
  • 김도영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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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함덕해수욕장 인근 도로에 날아든 모래가 쌓여 섬을 이루고 있어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모래먼지가 뿌옇게 일어났다. 김도영기자

매년 겨울 제주로 불어 드는 북서풍의 영향으로 함덕, 김녕, 월정 등 제주 동부지역 해수욕장의 모래 유실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은 요원하다.

지난 18일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수욕장 인근 도로에는 해수욕장에서 날아든 모래가 수북이 쌓여 차량이 지나갈 때마다 모래바람을 일으켰다.

또 도로 위에 섬처럼 자리 잡은 모래더미에 차량들의 바퀴가 덜컹이며 지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모래는 해안에서 약 30m 정도 떨어진 인근 상가와 도로변까지 장악했다.

전날 이곳에서는 바닷가 안쪽 주차장까지 들어갔다 나오던 차량 여러 대가 쌓인 모래에 빠져 견인되는 일도 있었다.

지난 17일 함덕해수욕장 인근에서 쌓인 모래에 빠진 차량이 견인되고 있다. 이상국기자



20대 관광객 A씨는 "차가 지나갈 때마다 모래가 날려 눈을 질끈 감았다"며 "백사장 모래 위에 천이 덮여있는 것도 봤는데, 이 정도로 날리면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40대 관광객 B씨는 "백사장 뒤편 잔디밭에도 모래가 많이 쌓여 있는데 야자수와 함께 있으니 마치 사막에 와있는 기분"이라고 전했다.

인근 가게의 주인도 날아드는 모래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바람이 조금이라도 부는 날이면 출입문이나 창문을 여는 일이 곤혹스럽다"며 "매년 겨울이면 반복되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관할 행정당국은 모래 날림 피해 예방과 수거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언제 불어올지 모르는 바람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조천읍 관계자는 "모래 날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백사장 비사 방지막 설치와 함께 해수욕장 동쪽으로 투명 가림막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서쪽에도 추가적인 가림막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래가 도로까지 쌓이면 중장비를 동원해 수거하고 있지만 해안가 안으로 들어가는 길은 정식 도로가 아닌 사유지여서 관리의 한계도 있다"며 "수거 작업 시 함께 치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연의 바람까지 통제할 수는 없겠지만 반복되는 문제에도 방풍림 조성 등 근본적인 대안 마련은 멀어 보인다.

중장기적인 대책 등을 묻는 질의에 제주시 관계자는 "해수욕장의 관리 주체는 각 읍·면·동으로 지역에서 요청이 있으면 예산 등을 지원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특별한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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