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제주시 서문로터리 인근에서 누군가가 준 먹이를 비둘기들이 먹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주시 삼도2동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A씨는 최근까지 비둘기로 인한 큰 피해를 겪었다.
인근 주민이 지속적으로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면서 그 시간이 되면 가게 앞 전깃줄에 수십 마리의 비둘기가 앉아 먹이를 기다렸다.
이 과정에서 비둘기 분변이 가게로 들어오던 손님에게 떨어지거나 털이 날리며 영업에도 큰 지장을 받았다.
A씨는 "이웃과 갈등하고 싶지 않아 먹이를 다른 곳에서 주면 어떻겠냐고 했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며 "주민센터와 경찰에도 도움을 요청했었다"고 전했다.
22일 제주시에 따르면 삼도2동뿐만 아니라 서문로터리와 남문로터리 등 제주 원도심을 중심으로 비둘기와 관련한 민원이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비둘기 먹이 주기나 분변과 관련한 민원이 많았다.
또 아파트 단지 등을 중심으로는 에어컨 실외기 주변에 둥지를 만들거나 알을 낳는 등 관련 피해도 수차례 접수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시 삼도2동에 게시된 비둘기 먹이주기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
문제는 현행법 상 비둘기와 고양이 등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제한할 방안이 없어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점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비둘기 관련 피해 민원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하기는 어렵다"며 "민원이 발생하면 현장 확인을 통해 비둘기 기피제를 배포하고 먹이 주기 금지를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손에 의해 풀어진 집비둘기가 도심에 적응하며 도시의 일부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피해가 이어지면서 지난 2009년에는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강한 산성의 비둘기 배설물이 건물 등에 피해를 주고 도시 미관을 해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바이러스의 온상이라는 눈총을 받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제주도지회 관계자는 "정확한 개체 수조차 파악하기 힘들 만큼 많은 비둘기가 도심 주변에 있다"며 "관련된 피해를 호소하시는 분들도 많아 비둘기와 공생 관계를 형성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개체 수 조절을 위해 포획이나 알 수거 등 다양한 방법은 있지만 동물권도 중시되는 시대에 생포한 비둘기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도 관련 기관이 모여 다각적으로 퇴치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