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박현진의 '화가의 장례식'

[이 책] 박현진의 '화가의 장례식'
예술혼 불태운 화가의 삶과 그림
  • 입력 : 2022. 03.04(금) 00:00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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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진의 '화가의 장례식'에 실린 박유승 화가의 '천국 산책'.

병과 싸우며 캔버스 위 희망 그린
제주 화가 박유승… 아들이 재조명


책의 첫 장면은 작가의 아버지인 박유승 화가의 임종 순간이다. 작가는 화가의 마지막 그림을 이야기 안으로 끌어들이며 화가가 떠난 이 세상에서, 젊은 목사와 어머니의 '최초의 대화'를 시작으로 화가의 삶과 그림, 그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꺼내 놓는다.

저자는 '하얀 사람' '가장 슬픈 사람' '주인 잃은 그림' '마지막 얼굴' '이해할 수 없는 사람' '마지막 여행' '집으로' 등 장례 과정을 풀어낸 한 장면마다 화가의 그림과 글을 녹여낸다. 그렇게 제주 화가 박유승,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소환한다.

화가는 노년에 찾아온 육체와 정신의 병으로 끝 모를 삶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절망을 겪어야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절망의 경험을 재료 삼아 캔버스 위에 삶의 희망과 아름다움을 그려나가기 시작한다.

저자도 "아버지 몸 속에서 암이 발견되고 다시 붓을 잡기 시작한 7년여. 그동안 그는 오로지 화가라는 그 색 하나만을 뿜어내며 남은 삶을 버텨왔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더 깊이 이해하고자 제주4·3과 월남전 같은 굴곡진 현대사의 한가운데 서있었던 아버지의 삶을 조명한 작가의 시도는 자연스럽게 화가의 작품과 그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된다.

누구나 언젠가 한번은 맞닥뜨리게 될 죽음의 문제. 작가는 장례식이 그 끝을 향해 갈 때쯤 스스로와 독자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아버지와 그의 그림에 대한 글을 쓰며 묵은 감정들이 씻겨 나가는 것을 경험했다는 저자는 이 책이 누군가에게 마음 치료약이 되기를 바란다. 델피노. 1만6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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