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90)손발바닥 농포증

[제주, 제주인의 건강보고서 Ⅷ 건강다이어리] (90)손발바닥 농포증
심한 통증에 가려움증 동반… 꾸준히 관리해야 증상 완화
  • 입력 : 2022. 03.17(목) 00:00
  • 송은범 기자 seb1119@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건선의 다양한 증상들.

건선 환자 10명 중 1명 꼴 경험
관절염·심혈관계질환 등 발생도
새 치료법 ‘생물학적 제제’ 도입
다른 치료법보다 부작용 적어
중증 진단시 산정특례 대상 적용

피부는 인체를 구성하는 여러 기관 중에서도 가장 넓은 부위를 차지하며, 외부의 유해 물질로부터 인체를 보호하는 중요한 장벽이자 면역기관이다. 따라서 피부는 개인의 몸 상태를 반영해 주는 거울이기도 하다.

피부에 나타나는 질환은 단순히 피부의 가장 바깥쪽에 드러난 표피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체내에 나타나는 면역 이상 등 내과적 질환이 피부로 발현된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경우가 난치성 자가면역질환인 '건선'이다. 이번 제주인의 건강보고서에서는 김재왕 제주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의 도움을 얻어 건선에 대해 알아본다.

김재왕 제주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

건선은 체내 면역세포에 이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혈액 내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가 이상 신호를 전달하면서 피부의 각질을 형성하는 세포가 이상 증식하게 되고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피부 표면에 증상과 병변이 나타나게 된다. 건선 환자 중 많은 경우에서 피부 표면에 좁쌀과 같은 붉은 발진이 생기고 그 위로 각질세포가 하얗게 덮이는 판상 건선이 발생한다.

건선의 증상은 간혹 두드러기나 습진, 피부염 같은 일반적인 피부질환 증상과 혼동되기도 하는데, 이 같은 피부질환에 비해 건선은 개인의 면역력 상태에 따라 장기간 증상의 호전과 악화가 반복되는 등 만성적 경과를 보이고, 병변의 경계가 비교적 명확하다는 점 등의 차이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육안으로 판별하기 어려우므로 피부과 전문의의 상세한 진단이 필수다.

우리나라에서는 약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건선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연령대에서 건선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데, 특히 사회생활에 활발해야 할 연령대인 20대, 10대, 30대 순으로 유병률 비중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건선이 만성적 전신 염증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젊은 나이에 발생한 건선은 치료기간이 더욱 길어지므로 환자의 신체적, 정신적,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건선 환자들은 질환의 치료에 소모되는 시간과 비용에 대한 부담 외에도, 병변이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일상생활과 사회생활 시 타인으로부터 오해를 받기 쉽다. 특히 외부로 노출되는 부위인 두피, 얼굴, 손등에 병변이 있을 경우는 환자들의 심리적 부담이 심하다. 전염되는 질환이 아닌데 피부 표면으로 보이는 붉은색 반점이나 하얀 각질로 인해 타인과의 대면접촉을 기피하게 되고, 공공장소를 출입하는 데 제한을 경험하기도 한다. 젊은 나이의 환자들은 결혼이나 취업 시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경험할 수 있고, 자존감 저하, 대인기피증, 우울 및 불안장애 등 심리적 질환까지 겪기도 한다.

또한 건선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치료 과정에서 개인의 면역 상태에 따라 건선과 함께 동반되는 질환이 나타나기도 한다. 대표적인 동반질환에는 건선성 관절염, 심혈관계질환(고혈압, 죽상경화, 심근경색, 심부전), 당뇨, 비만, 지방간 등 다양한 동반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건선의 동반질환 중에서도 특히 치료가 어려운 형태가 바로 손발바닥 농포증이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손발바닥에 생기는 국소 농포건선의 일종으로, 손발가락이나 손발바닥에 여러 개의 노란 고름물집(농포)이나 잔물집이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이들이 합쳐지거나 터지거나 말라붙으면 딱지, 균열 및 각화가 생기면서 결국 마른 각질이 탈락해 떨어지는 과정이 반복된다.

때로 손발톱이 피부에서 분리되거나 거칠어지거나 구멍이 나고 표면이 함몰되기도 한다. 이런 증상 때문에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은 평생 심한 통증과 가려움증에 고통받게 되고, 특히 손바닥에 생긴 고름과 물집 때문에 손을 사용하는 작업을 하는 데 불편을 겪으며, 타인과 악수하거나 접촉하는 것을 꺼리게 되면서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기 쉽다.

손발바닥 농포증의 세계적 유병률은 약 0.05~0.12%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전체 건선환자 중 약 10명 중 1명 꼴로 손발바닥 농포증을 경험하며, 환자의 대부분은 40대~60대에 발병하지만 전 연령대에 걸쳐 발병 위험성이 있다. ,

손발바닥에 생기는 농포와 붉은색 반점 때문에 한포진(습진)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손발바닥 농포증은 한포진과 달리 불규칙한 표피 조직이 과다하게 생성되지 않고, 피부 아래층에 액체가 고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건선과 다른 피부질환을 감별할 때와 같이 피부과 전문의의 세밀한 관찰과 피부 조직검사 등을 통해 감별해야 한다.

또한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들은 재발 위험성에도 노출돼 있다. 연구에 따르면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중 약 60%에서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재발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건선의 동반질환인 손발가락염 또는 건선성 관절염, 대사증후군, 심혈관질환, 비만, 정신질환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고되고 있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이 같이 건선 환자들에게 큰 시련을 안겨줄 수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피부과에서 수행하는 검사법을 사용해 정확히 진단되면 현존하는 치료법으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손발바닥 농포증의 치료는 기존의 건선 치료에 사용하는 국소치료, 광선치료, 전신 약물요법, 생물학적 제제 등을 활용하고 있다. 이 중에서 생물학적 제제는 손발바닥 농포증을 포함한 건선의 발병에 관여하는 T-세포의 활성을 억제하며, 장기간 투여해도 다른 치료법 보다 부작용이 적고, 건선의 증상 완화 효과가 빠르고 보다 지속적이며, 투약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건선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 제제 중 손발바닥 농포증에 주로 사용하는 약제는 인터루킨-23 억제제로, 국내에서도 6개월 이상 경과된 중증도 및 중증 성인 손발바닥 농포증의 치료에 사용 가능하다.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하기 전에는 B/C형 간염검사와 잠복/활성 결핵검사가 필요하다. 3개월간의 광선치료나 전신 약물요법을 선행하면 생물학적 제제 치료에 대해 국민건강보험도 적용 받을 수 있다.

이 치료제를 중증도 및 중증의 성인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에 투여했을 때 약 83%에서 투여 52주차에 손발바닥 농포증 면적 및 중증도 지수가 50%이상 유의하게 개선(PPPASI 50)되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건선과 손발바닥 농포증 모두 처음부터 발병하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예방하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건선을 악화시킬 수 있는 여러 요인들이 알려져 있으므로 손발바닥 농포증에서도 이들 환경적 악화인자를 피하는 것도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피부 손상이나 마찰, 건조, 세제나 비누 과용, 상기도감염, 정신적 스트레스, 수면 부족, 흡연, 과음 등이 있다. 특히 흡연은 손발바닥 농포증의 발병과 악화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증명됐는데, 실제로 국내 손발바닥 농포증 환자 중 40% 이상이 흡연력이 있다고 보고됐으므로, 피부증상의 완화를 위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손발바닥 농포증은 건선과 마찬가지로 만성적 피부질환으로서 완치되기 어렵다. 따라서 건선과 손발바닥 농포증의 치료 목표는 꾸준한 관리를 통해 증상이 심화되는 것을 막고 일상생활에서의 고통과 장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금연을 하는 등 환자 본인의 노력과 의지가 가장 중요하고, 의료기관에서의 정기적인 약물요법도 필요하다. 이제는 생물학적 제제라는 새로운 치료법을 통해 손발바닥 농포증 증상의 중증도를 낮추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가능 해졌다.

중증 건선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산정특례제도의 기준이 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개정 적용돼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되고 있다.

산정특례는 경제적 부담으로 제대로 치료받기 어려운 희귀 및 중증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본인 부담률을 10%까지 감소시켜 주는 제도로, 피부과 전문의를 통해 중증 건선으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중증 건선의 산정특례 신규 등록기준은 건선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된 환자가 전신 약물치료와 광선치료를 각각 3개월씩 총 6개월 이상을 받은 후에도 중증도의 임상소견(체표면적 10% 이상, PASI 점수 10점 이상에 해당)을 보이는 경우였다. 이 중에서 광선치료는 주 2~3회 병원에 내원해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사회생활이 활발한 환자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는 중증 건선으로 신규 진단받은 환자가 약물치료(면역억제제) 3가지와 광선치료 중 2가지 이상을 선택해 6개월 간의 전신치료를 받은 후 중증도를 확인해 산정특례 대상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되었다. 광선치료가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조건이 개정된 것이다.

특히 생물학적 제제로 치료를 받던 환자인 경우 치료 5년마다 산정특례제도 대상으로 재등록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생물학적 제제 치료를 중단한 후에 전신치료를 받아 중증도를 확인해야 재등록이 가능했다. 그러나 효과 있는 치료를 중단함으로써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는 문제점 때문에 올해부터는 치료 중단 없이 의료진의 임상 소견으로 재등록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개선됐다.

따라서 중증 건선 치료를 위해 장기간 고통받던 환자들은 피부과 전문의의 확진을 통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으므로, 증상이 나타났을 때 조기에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해 건강한 일상을 빠르게 회복하는 것이 좋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50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