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한 마디 말(言)이 쓸쓸한 날에

[좌정묵의 하루를 시작하며] 한 마디 말(言)이 쓸쓸한 날에
  • 입력 : 2022. 03.30(수) 00:00
  • 최다훈 기자 orca@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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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봄이 비로소 피기 위해 태풍 같은 바람이 지난 겨울 남긴 먼지들을 쓸고 지나갔다. 새벽이 될 때까지 바람이 지나간다고 해서 몹시 걱정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연이 이뤄내는 정화의 힘을 경외감으로 받아들여한다고 생각했다. 이제 곧 유채꽃이 피고 벚꽃이 터지면서 꿀벌들이 잉잉거리며 왕성한 생명의 향연을 누리게 되리란 걸 믿기 때문이다. 우리의 삶도 다르지 않으리라.

대선이 끝나자마자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이 언론이나 매체를 통해 드러나더니 지금은 공식적 출마를 선언한 예비후보들이 정치적 이념 및 제주 문제에 대한 인식 등을 내세우며 선거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선거철이 되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처럼 말이 왜 그토록 쉬운가. 예비후보들이 출마선언에서 밝힌 대로라면 제주도는 곧 꿈의 섬으로 변하게 된다. 언제나 느끼는 일이지만 그런 공약 등이 솔깃하기보다는 몹시 공소하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공언한 주장을 또 대부분의 예비후보들이 제주 경제 문제에 대한 해법으로 주창하곤 하는데, 제주도의 산업구조 변화를 통한 극복 등이 그 해법이다. 아직은 공약의 구체적 설계 및 기획 등을 확인할 수 없어 판단하기는 이르다. 그러나 모두가 전문가들이라고는 하지만 그 해결 방법이란 공약에 신뢰가 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기발한 방법이라면 반드시 선거에서만 주창할 일은 아니지 않는가.

제주도가 가지고 있는 자연 환경에 대한 인식은 모든 후보들의 주장이 비슷하다. 이 말은 제주 환경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도 미심쩍은 것은 개발의 불가피성을 전제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곤혹스럽다. 어떤 후보도 쓰레기 문제와 오염 및 파괴의 현실에 대해 말하기를 꺼린다. 물론 이 문제의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자연환경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면 무엇보다 현 시점에서 우선해야 하는 일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4.3'에 대한 후보들의 공약에서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다. 역사인식이란 도대체가 찾아볼 수 없고 제주의 정서에 감정적으로 호소하는 구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4.3'이 무엇인가, 완전한 해결이 가능한 일인가. 유적지 등을 성역화 하겠다는 말에는 입을 다물 수가 없다. '4.3'을 우상화하기까지 하겠다는 말인가. 피해 유족들에게 얼마간의 국가적 배상이 이뤄지면 완전한 해결이 된 것일까. 제주도민들과 유족들을 이렇게 기망하는 이들에게 도정을 맡길 수가 있을까.

4월을 바라보며, 한 마디 말(言)로 우울을 담을 수는 없다. 비 온 뒤라 그런지 한라산이 또렷하게 보인다. 제주인으로 고고한 한라산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소리쳐 울어도 푸른 빛깔로 밀려오는 바다를 마음으로 껴안을 수 있는 일은 축복이고 희망이다. <좌정묵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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