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와 소방안전본부가 유기견 포획에 '119구조대'를 투입하려다 반발에 부딪혀 투입을 철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18일 제주도 등에 따르면 19일부터 6주 동안 '중산간지역 유기견 집중포획'에 나선다. 지난해 말 실태조사를 통해 중산간지역에 1626~2168마리의 들개가 서식한다는 결과가 나온 데다 최근에는 가축은 물론 인명피해까지 잇따르면 포획에 돌입한 것이다.
문제는 인명구조에 나서야 할 119구조대가 포획에 투입된다는 점이다.
이날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제주소방지부(이하 제주소방노조)는 성명을 통해 "119구조대는 인명구조의 전문가이지 동물 포획 전문가가 아니"라며 "시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저버리고 유기견 포획에 투입되면 누가 시민의 안전을 지킬 것인가"라고 반발했다.
제주소방노조는 "특히 포획 기간 119상황실로 하여금 다수인명사고 외의 재난 상황에 대해서는 출동 지령도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며 "제주도와 소방본부는 과거 소방관을 감귤 열매 솎기와 간벌 작업에 동원했던 과거의 폐습을 재현할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제주소방본부는 "들개 포획은 생활안전 분야이기 때문에 소방과 전혀 관계 없는 사항이 아니다. 제주도와 협의 당시에도 직접 포획이 아닌 안전사고 발생 시 대처만 하기로 했다"면서도 "시민의 안전을 주장하는 소방노조의 말도 일리가 있기 때문에 제주도에 투입 철회를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소방본부의 요청에 따라 포획에 119구조대를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포획 작업은 포획틀 설치와 들개를 유인할 먹이를 놓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포획에 소방이 빠져도 들개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만큼 실효성 있는 포획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서는 들개의 습격으로 지난해 닭 806마리, 오리 44마리, 한우 1마리가 폐사했다. 아울러 들개들은 상대적으로 공격에 취약한 암컷 혹은 새끼 노루를 공격하는 경우도 늘면서, 노루 개체 수 감소의 원인으로도 꼽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