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늦었습니다"… 제주4·3 직권재심 세 번째 무죄

"너무 늦었습니다"… 제주4·3 직권재심 세 번째 무죄
제주지법 제4형사부 19일 재심에서 무죄 선고
변호사·유족·검사까지 목메인 채로 변론 진행
유족들 법정서 억울한 사연 풀어내며 눈물바다
檢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처벌 받아" 무죄 구형
재판장 "명예회복 늦었다… 이제라도 편해지시라"
  • 입력 : 2022. 04.19(화) 11:43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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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재심 재판을 진행하고 있는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 제주도사진기자회

"105세인 어머니가 지난달 돌아가셨습니다. 아버지가 무죄를 선고 받았다는 소식을 알리고 싶었는데… 목이 매어서 더이상 말을 못하겠습니다."

"아버지가 수용소에 있을 때 제가 국민학교 4학년이었습니다. 당시 면회를 갔는데 아버지가 '지은 죄가 없으니 금방 집에 돌아간다'는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얼마나 기쁘던지 달려서 병석에 누운 어머니께 소식을 알렸어요. 그런데 74년이 흐르고, 내 나이도 아흔에 가까워지는데 아버지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 어머니는 4·3 때 가슴에 총을 맞았는데, 가까스로 살았어요."

제주4·3 군법회의(군사재판) 수형인들이 세 번째 '직권재심'에서도 무죄를 선고 받았다.

제주지방법원 제4-2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19일 직권재심이 청구된 군사재판 수형인 20명에 대해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지난달 29일 두 차례 직권재심으로 40명이 무죄를 선고 받은 후 세 번째 무죄 판결이다.

이날 무죄를 선고 받은 20명은 1948년에서 1949년 사이 내란죄 혹은 국방경비법 위반 혐의로 군경에 체포,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이들로, 모두 행방불명 혹은 사망해 유족이 대신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에서는 변호사와 검사 모두 목이 메인 채로 변론을 진행했다.

구형에 나선 변진환 검사(4·3직권재심 권고 합동수행단 소속)는 "피고인들은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경에 연행돼 군사재판으로 처벌을 받았다. 그 유족들은 가족을 잃고도 말 한마디 못한 채 수십년 세월을 보냈다"며 "잘못된 국가 공권력을 바로 잡아야 한다"며 무죄를 구형했다. 이 과정에서 변 검사는 목이 메어 잠시 구형 낭독을 멈추기도 했다.

수형인들의 변호를 맡은 김정은 변호사는 20명이 군경에 체포된 경위를 원고도 없이 오로지 입으로만 풀어냈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도 흐르는 눈물과 매인 목 때문에 변론을 잠시 중단했다.

장 부장판사는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부인하고 있는데, 입증 책임이 있는 검찰에서는 관련 증거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돼 피고인들에게 모두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의 목소리를 청취한 장 부장판사는 "너무 늦게 명예회복을 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유족들이 조금이나마 편하게 살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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