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1)프롤로그

[창간 33주년]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으로 (1)프롤로그
“제주산 먹거리 선순환체계 구축으로 건강한 공동체를”
  • 입력 : 2022. 04.22(금)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기후변화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기 속에 채소류의 소품종 대량생산의 한계 극복과 로컬푸드 활성화가 절실해지고 있다. /사진=한라일보DB

노지채소류, 특정 품목의 대량생산으로 시장격리 악순환 반복
로컬푸드 확산 공들이는 다른지역과는 달리 제주는 갈 길 멀어
감귤 재배 바다 건너… 기후변화 대응·로컬푸드 활성화 과제로



제주에서 재배된 600㏊ 중 94㏊는 시장격리(산지폐기).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하되는 제주 조생양파가 올해 처한 현실이다.

코로나19가 불러온 소비 위축에 제주에선 올해 초부터 양배추, 당근의 시장격리에 이어 양파밭까지 갈아엎는 위기상황과 마주하고 있다. 이들 제주산 월동채소류는 겨울부터 이듬해 봄까지 전국유통량의 많게는 100%, 적게는 60~70%를 차지하며 전국민의 밥상을 책임지는 주요 먹거리나 다름없다. 하지만 해마다 번갈아가며 특정 품목의 과잉생산과 수급조절 실패로 코로나 이전에도 시장격리라는 악순환은 반복돼 왔다.

이런 와중에 며칠 전 정부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계획을 의결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메가 자유무역협정(FTA)이다. 2020년 교역 규모가 세계 무역의 14.9%(5조2000억달러), 인구 규모로는 5억1000만명으로 전세계 인구의 6.6%에 해당하는 거대 시장이다. 특히 회원국 11개국에는 호주, 뉴질랜드 등 농업강국이 포함돼 있어 제주 농업계는 CPTPP 가입은 사실상 '농업 포기'나 다름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CPTPP 가입시 농업분야는 향후 15년간 연평균 853억~4400억원의 생산 감소를 예상했다.

CPTPP 가입이 이뤄질 경우 제주 농업의 충격파는 불보듯 뻔하다. 2019년 기준(잠정) 도내 산업구조에서 농림어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전국(1.8%)보다 4.9배 높다. 하지만 그런 제주농업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특정품목에 쏠린 밭작물

제주 노지채소류 생산구조는 일부 품목에 집중된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축약된다.

제주도의 2021년 농축산식품현황을 보면 2020~2021년산 기준 월동무(5056㏊), 양배추(1753㏊), 마늘(1600㏊), 브로콜리(1385㏊), 당근(1357㏊), 양파(633㏊), 콜라비(520㏊), 호박(399㏊), 잎쪽파(260㏊), 비트(247㏊) 등 10대 품목이 1만3210㏊로 노지채소류 총 재배면적(1만4105㏊)의 93.7%를 차지한다. 제주연구원 안경아 책임연구원의 '제주산 농산물 역내 소비증대 방안'에 따르면 제주산 농산물 생산액(2019년 기준) 1조6539억원 중 도내 소비는 18.8%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도외로 반출됐다. 결과적으로 섬이라는 특성상 높은 유통비용 부담이 상대적으로 커지고, 도내에서 소비되는 농산물의 수입산과 도외산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노지 채소류의 재배품목 다양화로 특정품목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단체급식 등 대량 수요처에서 요구하는 식재료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품목 다양화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또 농업인들은 생산한 농산물의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는 거주지 인근에서 갓 수확한 농산물을 구매하면서 먹거리로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하고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을 위한 로컬푸드 직매장 확대 등 로컬푸드 활성화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제주감귤 전남·경남서도 재배

지난주 농촌진흥청은 제주의 대표적 특산품으로 2020년 조수입이 9508억원으로 1조에 육박하는 감귤이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로 재배한계선이 점차 북상할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대부터 2050년대까지 재배적지는 전남 해안과 경남 해안으로 확대된 후 2070년대에는 강원도 해안이 적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2070년대 제주의 감귤 재배적지는 중산간으로 축소되고 생산 수량도 불안정해질 수 있다.

감귤 재배지 북상은 통계자료에서도 확인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00년 국내 총 감귤재배면적 2만6821㏊ 가운데 제주 면적이 2만6813㏊이고, 제주 이외의 재배지는 전남(7㏊)과 경남(1㏊)으로 미미했다. 하지만 2020년 감귤 재배면적 2만1111㏊ 중 제주 재배면적(2만991㏊)을 제외한 120㏊는 다른지역(전남 62㏊, 충남 21㏊, 경북 20㏊, 경기 9㏊, 경남 6㏊, 충북 2㏊)으로 확인된다. 속도는 더디더라도 감귤 재배지가 차츰 북상중임을 알 수 있다. 농협제주지역본부가 이달 중 '제주도 외 타지역 감귤 생산 및 유통현황 조사' 용역을 발주해 다른지역의 감귤 재배·유통 현황을 조사해 장기적 대응방안을 모색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지자체들

농촌진흥청을 통해 확인한 2020년 기준 전국 아열대과수 10개 품목(백향과, 망고, 구아바, 용과, 바나나, 아떼모야 등)의 총 재배면적 171.9㏊ 중 면적이 가장 많은 지역은 전남(56.6㏊)이다. 이어 제주가 53.3㏊, 경남 24.9㏊, 전북 14.0㏊, 경기 5.3㏊ 순이다.

앞서 2017년만 해도 총 재배면적 108.9㏊ 중 제주가 41.4㏊로 38.0%를 차지했고, 전남은 6.4㏊에 그쳤다. 하지만 전남은 제주를 제외한 육지부에서 가장 빠른 아열대기후로 진입할 것으로 전망하고 벼, 보리 등 기존 특화작물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보고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장성군은 2020년 농촌진흥청 공모사업인 국립 아열대작물 실증센터 유치에도 성공해 2024년 완공 예정이다.



#지역 생산물 소비 늘리는 로컬푸드 확산은 필수

로컬푸드 1번지로 불리는 전북 완주군은 2012년 전국 처음으로 용진농협에 로컬푸드직매장을 개장한 후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과 공공급식지원센터 운영매장 등으로 직매장을 늘려 고령농·소농·청년농업인들이 가꾼 농산물을 상품으로 내다판다. 소비자는 집 근처 직매장에서 손쉽게 로컬푸드와 농산물 가공상품을 구매하면서 생산자도 소비자도 살리는 변화를 일구고 있다.

그 결과 완주군은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2021년 '로컬푸드 지수' 평가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S등급을 받았다. 로컬푸드 지수는 로컬푸드 활성화를 위한 생산·소비 체제 관련 지자체의 노력과 확산 정도를 평가해 6개 등급(S, A, B, C, D, E)을 부여한다. 작년 제주의 로컬푸드지수는 D등급이다. 자료 미제출 지자체가 E등급인 점을 감안하면 제주로컬푸드는 갈 길이 멀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협 속에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체계 구축을 통해 지속가능한 농업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지금, 제주농업의 현실태에서부터 로컬푸드 활성화에 공들이고 특화작목 육성에 나서는 전라도 등 다른지역의 사례를 10여 차례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지난해 제주도 먹거리기본계획 수립에 이어 올해 먹거리 시행계획 수립과 먹거리 실태조사, 광역먹거리통합지원센터 조성 계획을 세울 예정인 제주가 가야할 정책 방향과 로컬푸드 확산 등 먹거리를 매개로 생산자와 소비자간 만남과 연대를 통한 건강한 지역공동체 만들기를 고민해나갈 계획이다. 문미숙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872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