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드럽게 비치던 따스한 봄볕이 작렬하는 여름 햇볕으로 바뀌어도, 제비 떼가 강남을 찾아가는가 싶더니 차가운 잿빛 하늘에 진눈깨비와 눈보라가 흩날리던 시절이 두 번이나 지났으니 참 멀리도 돌아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 제주에는 외국으로 나가지 못한 관광객들이 계속 찾았고 지금도 한 달 평균 100만 명이 넘는다. 대부분 연인이나 가족단위 관광객들은 제주국제공항에서부터 렌터카를 이용한다. 제주에서 있는 렌터카 3만여 대 가운데 가동률이 80% 안팎이니까 매일 2만4000여 대 정도가 볼거리와 먹을거리, 즐길 거리를 찾아 나선다. 검푸른 파도가 넘실대는 해안도로, 노란 유채꽃을 비롯해 봄꽃이 만개한 들판, 이제 막 녹음이 짙어지기 시작한 오름과 한라산 등 이국적인 풍광은 관광객들의 눈길을 잡기에 충분하다.
경치만큼이나 제주의 도로환경은 다른 지방과 완전히 다르다. 오름과 들판, 해안을 감돌며 개설된 도로는 갑자기 나타나는 오르막과 내리막길, 그러다가 농로와 연결된 커브길에 들어서기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라산의 영향으로 도로별로 날씨까지 변화무쌍하다. 아주 맑은 날씨였는데 달리다보면 안개가 잔뜩 낀 도로가 나타나기도 하고 강풍과 폭우를 만나기도 한다. 도로마다 규정 속도도 다르다.
이러한 제주의 교통 환경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평소 습관대로 차를 몰던 렌터카 운전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경찰에 접수된 지난 2020년 자동차 사고현황에 따르면 전체 사고 4030건 가운데 렌터카 사고가 12.2%인 494건이고, 버스와 택시 화물차 등 사업용 자동차로만 보면 무려 52.3%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규정 속도가 시속 50킬로미터 바다와 인접한 편도 1차선 해안도로에서 무려 157킬로미터 속도로 달리다 사고를 내 1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과속은 여전하다. 규정 속도 50~60킬로미터 도로에서 173킬로미터에서 100킬로미터 속도로 차를 몰다 경찰단속에서 적발된 차량 가운데 60%가 렌터카다. 교통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렌터카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와 경찰 등 관련기관에서는 제주에 여행 오는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제주의 도로환경과 날씨, 교통사고 잦은 곳 등을 알리는 캠페인을 꾸준히 벌이고 있다. 그러나 노력에 비해 렌터카 운전자들의 관심을 크게 끌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보다 효과적인 방법을 찾기 위한 대책을 관련기관들이 협의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교통사고는 관광객은 물론 도민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이 대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 포스트 코로나시대,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이 즐겁게 제주여행을 마치고 안전하게 보금자리로 돌아가야 제주 관광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효과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송창우 제주교통방송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