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제주개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움직임이 멈춘 가운데 제주도가 제주개 분양을 재개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 도 "고증 자료 없어 어려워"… 문화재청도 '불가 판단'
18일 제주특별자치도 축산진흥원에 따르면 제주개의 천연기념물 지정 작업은 사실상 중단됐다. 제주도는 제주마(1986년 지정), 제주흑우(2013년)에 이어 제주개의 천연기념물 지정도 추진해 왔지만,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리나라 토종개인 진돗개, 삽살개와 달리 고증 자료가 현저히 부족한 탓이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려면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하는데, 문화재청 역시 '불가 판단'을 내렸다.
제주도 축산진흥원 관계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려면 공식적인 역사와 문화 사료, 과학적 자료가 중요하다"며 "현재까지 남아 있는 제주개에 대한 고증 자료와 기초 자료가 없어 등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 현재 보존 개체 75마리… 분양 재개 검토
천연기념물 지정 작업은 중단됐지만 제주개 보존·관리는 이어지고 있다. 제주도는 최소한의 번식으로 개체 수를 유지하고 있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보존 중인 제주개는 현재 75마리다. 2019년 51마리에서 2020년 57마리, 2021년 64마리로 조금씩 늘어왔다.
제주도 축산진흥원은 그동안 중단됐던 제주개 분양을 재개하는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견사가 한정된 데다 사육 환경 등을 고려해 분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모이면서다.
제주개 분양은 2018년부터 중단된 상태다. 분양 과정의 추첨 방식 문제와 사육환경 검증 부족, 사후관리 미흡 등으로 동물보호단체의 비판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2017년까진 모두 801마리가 분양됐지만, 그 이후엔 제주도 차원의 분양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 분양 후 관리 대책 등 필요… 도 "분양시 동물단체와 협의"
분양 이후 개체 관리 문제가 지적됐던 만큼 제주개 분양을 재개하려면 이러한 문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도내 한 동물단체 관계자는 "이전에 제주개를 분양 받고 새끼를 내 선물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현재까지 분양된 개체를 전수조사해 (유기견 발생 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중성화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제주도 축산진흥원 관계자는 "제주개 분양 계획은 확정된 게 아니라 내부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분양을 재개할 경우 동물단체와 협의를 통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1986년 6월 제주재래견 3마리(암컷 2, 수컷 1)를 기본축으로 제주개의 순수혈통 보존·증식을 벌여 왔다. 이후 1999년 6월 제주도 축산진흥원에서 기르던 제주개 표본 7마리에 대한 DNA 검사 결과 순혈도가 높게 나타나 진돗개 못지 않은 혈통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중국의 절강견이 한반도와 제주도에 유입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넓은 이마와 좁은 주둥이, 꼿꼿이 선 꼬리가 특징이며 사냥 능력이 뛰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