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사전에 예약을 하지 않으면 탐방할 수 없는 '제주 거문오름'을 상시로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코로나19를 딛고 3년 만에 '세계자연유산 제주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이 28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9일간 개최되기 때문이다.
▶거문오름의 가치=거문오름은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의 반열에 오른 곳으로 제주시 조천읍 선흘2리에 위치해 있다. 거문오름은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를 보유한 곳으로, 만장굴과 김녕굴, 용천동굴, 당처물동굴, 벵뒤굴 등 제주의 대표적 용암동굴의 시발점이다.
아울러 거문오름이라는 이름은 분화구 내부의 울창한 수림이 검은색으로 음산한 기운을 띠고 있어 '신령스러운 공간'이라는 뜻을 담고 있으며, 다양한 지질 및 생태자원을 간직한 것은 물론 숯가마터와 일제 강점기 갱도진지와 주둔지, 4·3유적지 등 제주의 역사·문화도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사전 예약 없이 행사 기간 상시 탐방 가능
▶1년에 딱 '5일만'=2008년 이후 매년 열렸던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코로나19가 극성이던 2020년과 2021년은 취소됐다. 2년 동안 행사가 열리지 않으면서 거문오름은 사전예약제와 주1회 '자연휴식일'을 운영해 탐방객을 제한했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열리는 5일 동안은 사전에 예약 없이 탐방안내소에서 출입증과 간단한 탐방 수칙만 교육 받으면 신령스러운 공간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다. 다만 취사행위와 산나물과 꽃, 나무 등 일체의 채집행위가 금지되며, 자연환경 보전을 위해 등산용 스틱을 사용할 수 없다.
특히 거문오름 국제트레킹은 해를 거듭할 수록 품격높은 탐방코스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 2008년 1회 행사 당시 A·B코스로 불렸던 탐방로는 이듬해부터 A코스는 '태극길', B코스는 '용암길'이라는 이름을 달고 운영됐다.
■ 5일 동안만 걸을 수 있는 ‘용암길’도 개방
▶지금 아니면 못 걷는 '용암길'=행사 기간에는 비밀의 숲이라 불리는 용암길이 열린다. 용암길은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 만들어 진 길이라고 해서 이런 이름을 갖게 됐다.
코스는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탐방안내소에서 출발해 거문오름 정상을 지나 상록수림, 벵뒤굴 입구, 흐린내생태공원으로 이어지는 약 6㎞ 코스로 짜여져 있다. 탐방하는 데는 약 3시간이 소요된다. 탐방 중에는 양치식물 60여종과 희귀한 식나무와 붓순나무 등 300여종의 식생을 만끽할 수 있다. 또 과거 제주인의 생활상을 가늠할 수 있는 숯가마 터와 일본군 갱도진지, 천연기념물 490호 벵듸굴도 볼 수 있다. 다만 벵듸굴은 보호를 위해 개방되지 않는다.
용암길과 함께 운영되는 '태극길'도 거문오름의 매력을 잘 만끽할 수 있는 트래킹 코스다. 태극길은 탐방로가 '태극'문양을 형상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탐방안내소에서 출발, 용암협곡, 알오름전망대, 숯가마터, 화산탄, 수직동굴 등 거문오름 분화구를 먼저 둘러본 뒤 9개 봉우리 능선을 돌게 된다.
탐방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로 탐방안내소에서 사전안내와 출입증을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 가수 신효범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다양한 공연과 체험프로그램=거문오름 국제트레킹 기간에는 다양한 공연과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된다.
28일 개막식에는 오전 7시30분 기원제를 시작으로 거문오름 풍물단 길놀이 공연, 가수 신효범의 특별공연이 이어진다. 토요일인 30일에는 오전 10시30분부터 선인분교 풍물공연, 가수 김나연과 제제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다음날에는 오경실 한국무용단, 제주피언, 제주전통예술단·온새미로의 공연이 펼쳐진다. 아울러 행사 기간에는 zip트리 스쿨과 천연벌레퇴치제 만들기, 자연만화경 만들기, 부상 예방을 위한 스포츠테이핑 등 다채로운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