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미숙의 백록담] 제주 마늘 밥상·당근 밥상을 상상한다

[문미숙의 백록담] 제주 마늘 밥상·당근 밥상을 상상한다
  • 입력 : 2022. 07.25(월) 0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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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산 월동채소류의 공급과잉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평년에도 자주 반복됐던 채소류의 '풍년의 역설'은 코로나19 상황을 맞아 소비위축까지 더해지며 올 봄에도 양파, 양배추, 당근 가격이 폭락해 상당 면적을 갈아엎어야 했다. 제주에서 2013년후터 올 봄까지 10년동안 진행된 채소류 시장격리 면적은 5538㏊로, 사업비 676억원이 투입됐다. 이 기간 시장격리가 없었던 해는 2015년과 2016년 두 해 뿐이었다.

지난 5월 제주도가 농업인을 대상으로 12개 채소류의 재배의향을 조사했더니 월동무, 당근, 양배추 과잉생산이 또 우려돼 감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월동무 재배 예상면적은 5424㏊로, 전년 재배면적(5488㏊)과 비슷했다. 지난해 (사)제주월동무연합회가 제주연구원에 의뢰한 '제주 월동무 적정 재배면적 추정 및 관리방안' 용역에선 적정 재배면적이 3900여㏊로 제시됐다. 양배추는 봄철 제주산이 전국에서 가장 먼저 출하된다는 이점이 있었는데, 기후변화 등으로 전남산의 출하시기가 제주와 같은 시기로 앞당겨지는 상황을 맞고 있다.

제주산 채소류의 공급과잉은 이제 관행처럼 굳어진 시장격리 외에 다른 해법을 요구받고 있음을 제주도와 농협은 직시해야 한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라는 감염병 위협 속에서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니 큰 틀에서 농업·농촌이 가진 생태적·경관적 가치 보전, 식량 안보 확보라는 차원에서 접근해 지속가능한 농업의 방향성을 중장기적으로 세워나가야 한다.

수십만㎡를 경작하는 대농이나 3300㎡ 안팎의 소농이나 출하한 농산물을 모두 육지부 출하에 집중하는 현재의 상황을 딛고 대농은 조직화하고 통합마케팅조직을 강화해 보다 강력한 시장경쟁력을 갖춰나가야 한다. 대신 소농은 가급적 친환경농법으로 제주에서 재배 가능한 다품종의 작물을 소량생산해 도민과 관광객을 주요 소비층으로 공략하는 로컬푸드를 활성화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주에서 재배되지 않아 다른지방에서 들여오는 작물이 얼마나 많은가?

고령이나 영세농, 귀농인이 중심으로 참여하는 로컬푸드는 이들에게 안정적인 소득기반이 생기고, 소비자는 중간유통단계를 없앤 직거래로 탄소배출량을 줄인 건강한 농산물로 환경보호에도 일조하게 된다. 나아가 연중 다품목 소량생산 체계가 구축되고, 가공·요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이들 작물의 기능성 연구에서부터 가공품 생산, 음식 레시피 개발로 연결시키면 일명 '꾸러미 밥상'을 정기적으로 받아먹는 전국의 소비층을 공략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다 도내 마늘, 당근, 양배추 등의 주산지에서 이를 활용한 음식과 제주산 특산물을 더해 차린 '마늘 밥상', '당근 밥상', '양배추 밥상'으로 선봬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라면 꼭 찾는 건강한 먹거리 공간으로 만들 순 없을까는 상상을 감히 해 본다. 농업은 제주의 생명산업이고, 농산물을 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농정당국의 말은 귀아프게 들어왔는데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딱히 체감되질 않으니 말이다. <문미숙 경제산업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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