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나무숲을 거쳐 마치 뒷동산을 오르듯이 걷다보면 나무들이 울창한 족은방애오름 정상을 지나게 된다. 양영태 작가
[한라일보] 이글거리는 태양은 그 얼굴을 정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없다. 무심하게 외면하고 살짝 숲속으로 비켜 가자. 연일 폭염특보가 재난 문자로도 전해지는 요즘, 더위를 피해 숲속으로 들어가면 뻐꾸기의 청량한 울음소리가 반긴다. 오름으로 살짝만 발을 내디뎌도 시원한 바람이 발등을 타고 올라와 얼굴을 간지럽힌다. 큰키나무 숲이 태양을 가려주고, 바람도 솔솔 부는 나지막한 오름길을 걷는다. 그늘과 바람을 벗 삼아 숲길과 오름을 걷는 에코투어는 여름의 더위를 잊어버리고 오롯이 자연의 품에서 하루를 지낼 수 있는 호강을 선사한다.
지난 9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2년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차 행사는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미래로에서 출발해 족은방애오름을 한 바퀴 돌아 방애오름 남쪽 능선을 지나고, 초지를 건너 선흘리 민오름 둘레길을 따라 민오름 정상에 오른다. 그 다음 오름 숲길을 돌아내려 다시 대천이오름 둘레길을 돌고, 초지를 지나 방애오름 북쪽 능선을 가로질러 출발지로 돌아오는 코스로 진행됐다. 이번 투어 역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는 불안한 상황이어서 비대면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오름-숲-초지 넘나들며 정취 만끽가을꽃 쑥부쟁이 꽃망울 맺어 손짓솔솔 부는 바람에 무더위 날려보내
이번 에코투어는 오름을 4개나 거치는 코스이지만 민오름을 제외하고는 오름의 높이는 높지 않다. 동네 뒷동산을 오르는 기분으로 넉넉히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방애오름 남쪽 삼나무가 도열하고 있는 임도를 따라 조금 가면 족은방애오름으로 접어든다. 그리 넓지 않은 탐방로를 따라 오르면 족은방애오름 정상에 이른다. 정상이래야 나무가 빼곡하고 높지 않아 채 느끼기도 전에 그곳을 지나친다. 족은방애오름을 내려오면 바로 방애오름의 남쪽 능선으로 이어지고, 능선을 따라 동쪽으로 향하면 오름을 벗어나며 초지를 만난다.
노린재동충하초
도깨비가지
방애오름은 굼부리를 포함한 오름의 모양이 '방에(방아)'와 같이 생겼다는 데서 붙인 것이다. 오름은 교래리 북동쪽에 있다. 가운데 굼부리를 5개의 크고 작은 봉우리가 둥그렇게 감싸고 있는 모양이다. 그 남쪽 귀퉁이에는 족은방애오름이 붙어있다. 족은방애오름 남쪽에는 천미천이 흐른다. 천미천은 제주도에서 가장 길이가 길고 가지가 많은 하천이다. 민오름과 대천이오름은 방애오름과 서로 이웃해 있지만 선흘리에 속한다. 방애오름은 굼부리를 포함해 주변이 전부 목장이다. 목장 초지에 들어서니 풀을 뜯던 말들이 신기한 표정으로 이방인을 바라본다. 무시하고 목장길을 따라 민오름으로 향한다.
자금우
철쭉버섯
양영태 제주여행작가
선흘리 민오름은 다른 곳의 민오름과 같이 예전에 나무가 없이 풀밭으로 덮인 민둥산이라는 데서 붙인 것이다. 지금은 조림한 삼나무가 빼곡하게 무성한 오름이 됐다. 북쪽으로 무너진 굼부리의 능선을 따라 돌면 정상에 닿는데, 정상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커다란 감동이다. 번영로를 따라 조천읍에서 구좌읍으로 이어지는 오름의 군락이 파노라마로 다가온다. 풍광에 취한 마음을 오름 위에 부는 시원한 바람에 실려 보내며 걸음을 재촉한다. 능선을 한 바퀴 돌아 굼부리 밑으로 내려서면 숲길이 반긴다. 숲길은 목장길을 따라 대천이오름으로 이어지고, 대천이오름 둘레길을 따라 한 바퀴 돌면 다시 만난다. 숲길을 지나 방애오름으로 향하면 초지를 만난다. 초지에는 가을꽃 쑥부쟁이가 벌써 피기 시작했다. 참 성질도 급한 녀석이다. 쑥부쟁이의 배웅을 받으며 방애오름 북쪽 능선으로 들어섰다. 방애오름은 다섯 봉우리 중 북쪽 봉우리가 가장 높다. 하지만 도긴개긴이다. 능선을 따라 질서정연하게 심은 삼나무 사이로 매트가 깔려 있다. 탐방로를 따라 오름을 내려오면 초지를 만나고, 오름 기슭 목장길은 입구까지 이어진다. <양영태 제주여행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