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관필의 한라칼럼] 바위틈, 곶자왈 식물의 생육공간

[송관필의 한라칼럼] 바위틈, 곶자왈 식물의 생육공간
  • 입력 : 2022. 08.09(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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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도는 화산이 만들어낸 걸작이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가 긴 타원형의 섬으로 바닷가, 계곡 등지에 기암절벽들이 늘어서 있다. 기암절벽에는 많은 틈이 있고 그 틈에서 식물이 뿌리를 내려 살고 있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뿌리가 비대해지면 틈은 더 벌어지고 큰 바람이 불면 나무가 흔들리면서 절벽의 한 조각은 바닥으로 추락한다. 이런 이유에서 절벽을 보호하기 위해 절벽에 자라고 있는 나무를 제거하거나 큰 와이어나 철심을 박기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위틈이 식물이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 될까? 바위틈은 여러 가지 미기후를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햇볕을 직접 받는 지역의 바위는 뜨거운 낮에는 바위가 달궈지고, 밤이 되면 차가워지면서 수증기가 이슬이 돼 모이게 된다. 이슬이 모여 만들어진 물방울은 경사면을 따라 움푹 파인 곳이나 바위틈으로 모여든다. 모인 물은 직사광선을 직접 받는 바위표면보다 오래 머물게 되고, 토양이나 영양분이 그곳에서 오래 머물 수 있는 공간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물의 종자가 바람이나 빗물과 함께 바위틈을 따라 들어오면 모여있는 영양분이나 수분에 녹아있는 영양분을 먹고 자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곶자왈에 있는 투물러스에서도 일어나는데 틈은 일반 토양에서 보다 영양분과 수분이 축적되는 것이 미미하나 식물이 자랄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지속적인 토양이 모이는 공간이 돼 나중에는 수목이 우거질 수 있는 토양이 쌓여가게 된다. 이런 이유로 현재 곶자왈 지역 식물의 생육은 틈에서 뿌리가 뻗어 자라기 때문에 토양이 있는 지역보다 자라는 속도가 늦고 크기가 낮으며, 숲을 형성하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 그 예로서 지형적조건이 비슷한 한경-안덕곶자왈 지대와 구좌-조천 곶자왈 지대 숲을 비교할 수 있다. 제주도의 서부지역은 동부지역 강수량의 절반정도로 빗물이나 이슬이 머무는 시간이 동부지역보다 짧다. 그 결과 한경-안덕곶자왈 지대의 경우는 대부분 종가시나무가 우점하고, 구좌-조천 곶자왈 지대는 구실잣밤나무가 우점하는 숲이 뚜렷하게 나타난다. 이는 보통 퇴비의 부숙을 위해서는 약 60~65%를 적정 수분이라 하고 있는데, 비가 많은 동부지역이 빠르게 낙엽부식층이 부숙돼 토양으로 바뀔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곶자왈 내 바위틈은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효과적인 장소이지만 경관을 중시하고 있는 기암절벽에서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요소이다. 이와 같이 곶자왈 내 바위틈은 현재 곶자왈 숲이 발전해 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서 퇴적층이 쌓여 토양이 생성되는데 영향을 주며, 수분이 통로이자 현재 살아가는 식물의 지지공간이다. 따라서 곶자왈 숲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투물러스 바위틈의 역할을 이해할 필요가 있으며, 곶자왈 내의 수목 분포가 일반 토양보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관리하기 위한 방법도 일반 산림의 관리와는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되는 것이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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