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제주愛 빠지다] (11) '빈공간' 채워가는 이상홍 작가

[2022 제주愛 빠지다] (11) '빈공간' 채워가는 이상홍 작가
"매력적인 원도심서 꾸리는 일상 즐거워"
  • 입력 : 2022. 08.26(금) 00:40
  • 오은지기자 ejo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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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예술가 이상홍 작가. 그는 지난해 관덕정과 목관아 옆 오래된 집을 빌려 겨우내 새롭게 꾸미고 올해 3월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이란 이름을 단 현대 미술 전시공간을 열어 젊은 작가들과 소통에 나서고 있다.

[한라일보] 올해 3월, 제주시 원도심에 작은 현대 미술 전시공간이 새로 문을 열었다. 관덕정과 목관아 옆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갤러리 '아트스페이스 빈공간'이다.

l 서울살이 지칠때 쯤 만난 제주서 새로운 삶

제주의 많은 젊은 작가들의 새롭고 실험적인 현대 미술을 전시하고 소통하고자 마련된 이곳은 이상홍(46·서울 출신) 시각예술가가 지난해 가을, 오래된 집을 빌려 겨우내 봄까지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그가 한동안 더 제주에 머물며 작업하고 소통을 확장해나갈 공간이기도 하다.

처음부터 계획한 제주살이는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대동호텔의 '예술가와 여관'프로젝트 참여차 제주에 오게 된 2017년이 변곡점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에서 조형예술을 공부한 작가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세종, 청주 등서 5회의 개인전을 비롯해 수회의 단체전과 드로잉 프로젝트전을 펼치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왔다. 그 사이 2011년 2인 극단 두비춤 창단에 참여해 연극배우로도 간간이 활동하고, 2012년부턴 서울 종로구에 특정 소규모를 위한 문화공간 '홍살롱'도 운영하고 있다.

l 작은 복합문화공간 열어 젊은 작가들과 소통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외부 모습. '아트스페이스 빈공간' 제공

30대의 열정을 오롯이 쏟아부어서일까. 작가의 말을 빌려 "마침, 서울살이가 지루할 때쯤"이었던 2017년 잠시 들른 제주에서 만난 원도심은 작가의 흥미를 끌었다. 이듬해 2018년엔 예술공간 이아 레지던시 입주 작가로 8개월을, 이후 2019년부턴 봄과 가을 샛물골 마당집에 머물며 서울보다 제주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렸다. 그렇게 나름의 탐색과 준비기간을 거친 후 제주살이를 선택했다.

이 작가에게 '원도심'의 일상은 언제나 매력적이다. 버스를 타고 출퇴근으로 2~3시간을 허비하면서도 당연하다 여겼던 서울 생활에서, 작업실과 거주지가 걸어서 불과 5분 거리였던 제주 생활의 경험은 "아,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깨닫게 하는 순간이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제주를 찾는 호감 또는 취향일 수 있는 '자연이 주는 힐링'도 작가에겐 창작의 영감이 된다.

무엇보다 원도심이 품고 있는 많은 이야기가 그를 잡았다. 늘 경계선에서 경계의 양쪽을 살피고 발견한 이야기를 그림과 이야기로 만드는 일을 하며 사는 그에게 원도심의 옛 이야기, 변화하는 과정은 흥미로운 소재다.

l "무성의한 관심 불편… 천천히 관계 늘려나갈 것"

그런데 어디를 가든 사람과의 관계 맺기는 어려운 일인가 보다. 혼자 '빈공간'을 꾸미고 운영하는 동안 주변의 지나친 관심 또는 만날수록 상처를 받는 무성의한 관심은 그를 힘들게 했다.

"서울의 스트레스를 피해 많은 걸 포기하고 온 곳인데, 여기의 삶이 행복하지 않으면 안되지 않냐"는 작가는 아직은 일반인에게 친절하게 공간을 열고 있진 않지만 '빈공간'과 '이상홍'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온다면 언제든지 환영한다고 했다.

제주서도 다양한 전시·기획과 '이작가와끼니'를 진행하면서 제주의 젊은 예술가들과 주변 상가 등 특정 소수와의 접점을 늘려가는 그는 차근차근 '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내일을 그려가고 있다.

집 주인과 남은 계약기간은 앞으로 4년. "5년 전에 제주에 내려올거라고, 연극하기 전에 10년 넘게 할 거라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인생엔 예측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는 이 작가가 앞으로 만들고 채워갈 '빈공간'의 모습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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