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4·3 논쟁 촉발 제주지검 향해 법원 "멈춰라" 일침

해묵은 4·3 논쟁 촉발 제주지검 향해 법원 "멈춰라" 일침
제주4·3희생자 68명 재심 청구한 사건에 대해
검찰 "4명 의심돼 희생자 결정 과정 다시 보자"
반면 법원은 6일 개시 결정… "檢 주장에 의문"
재심 신뢰성 논리엔 "헌법 가치 모르나" 지적
  • 입력 : 2022. 09.06(화) 16:59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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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4·3희생자 결정에 의문을 제기하며 '사상 검증' 논란을 촉발시켰던 검찰이 결국 체면을 구겼다. 법원이 검찰을 향해 '해묵은 논쟁'을 멈추라고 지적한 것이다.

제주지방법원 제4형사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는 6일 4·3희생자 68명(군사재판 67명·일반재판 1명)에 대한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앞서 검찰은 68명 중 4명(모두 군사재판)에게 '결격 사유'가 있다고 밝혔다. 4명이 무장대 활동을 했거나, 의심되는 행동을 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주장의 근거로 "파괴사태 가담자나 남로당 간부, 무장봉기 주도자를 희생자 범주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2001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제시했다.

검찰의 주장대로 4명을 규정하면 ▷남로당 핵심 간부이며, 월북 후 남파 간첩으로 활동한 김민학(1922년생) ▷북촌리 남로당 조직부장으로 경찰 후원회장을 살해한 이양도(1927년생) ▷한림읍 대림리의 폭도대장 임원전(1920년생) ▷형무소 수감 중 월북해 사회주의 활동을 하다 중국으로 탈출한 문옥주(1919년생)가 된다. 근거는 대부분 보수 성향 언론사 보도 내용을 인용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심 개시 결정 사유로 ▷전부 개정된 4·3특별법에서 희생자의 재심 청구를 보장하고 있는 점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주장 혹은 의견 제시일 뿐 법적 근거가 없는 점 ▷4·3위원회의 결정이 객관적 근거와 자료에 의해 이뤄졌고, 법적으로도 효력이 인정되는 점 ▷특별법 개정 취지가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인 점 등을 꼽았다.

이날 장 부장판사는 "검찰은 '더이상의 논쟁을 종식하자'는 취지로 희생자 4명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근거와 법적 타당성이 없는 문제 제기는 되레 논쟁을 무한 반복시킬 뿐"이라며 "특히 검찰이 제시한 자료는 믿기 어려울 뿐더러 작성 주체도 명확치 않다. 여기에 (학술적으로) 기억의 부정확성과 오류 가능성까지 존재해 오히려 검찰의 주장에 의문이 생기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나아가 검찰은 만약 일부 희생자가 재심 대상에서 제외되면 재심의 신뢰성 상승은 물론 나머지 (선량한) 희생자의 명예를 드높일 것이라고 주장한다"며 "다수의 행복은 소수의 희생으로 얻을 수 없다. 헌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가…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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