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까지 밭작물 2831㏊ 피해…14호 태풍 북상 우려까지
구좌지역 일대 당근 염분 피해로 상당면적 폐작 위기 상황
"태풍 지나간 후 월동무 파종으로 쏠릴 것" 우려 목소리
입력 : 2022. 09.15(목) 18:00
문미숙기자 ms@ihalla.com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제주를 빠져나간 직후인 지난 6일 오전 제주시 구좌읍 일대 당근밭 상황. 강풍을 타고 당근밭을 덮친 바닷바람으로 당근의 어린 잎이 거무스름하게 변하고 있다.
[한라일보] 제주지역에 많은 농작물 피해를 남긴 제11호 태풍 '힌남노' 이후에도 비가 자주 내리고, 이번 주말쯤 14호 태풍 '난마돌'이 또 제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농가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15일 제주도와 지역농협 등에 따르면 이달 6일 제주를 관통한 태풍 힌남노로 14일까지 제주도에 피해 신고가 접수된 밭작물은 2831㏊에 이른다.
특히 제주시 구좌읍 일대가 주산지인 당근의 경우 태풍이 몰고 온 강풍으로 이른바 '조풍(바닷바람)' 피해가 상당한 상태다. 특히 힌남노는 상대적으로 집중호우는 적고 바람이 강해 잎에 묻은 염분이 씻길 새가 없이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구좌읍 지역의 당근 예상재배면적 1300여㏊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이미 어린 줄기와 잎이 누렇게 변하며 말라죽은 상태다. 살아남은 당근도 뿌리가 바람에 흔들리면서 상품성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윤민 구좌농협조합장은 "7월 말에 일찍 파종해 뿌리가 어느정도 활착된 당근밭은 피해가 덜하지만 막 싹을 틔운 어린 당근밭은 힌남노로 인한 조풍 피해로 거의 폐작에 가까운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가들이 휴경을 선택하지 않는 한 시기상 파종 가능한 작물인 월동무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산읍 지역을 중심으로 도내 전역에서 재배되는 월동무 농가들도 태풍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힌남노 내습 당시 성산읍 지역의 월동무 파종률은 30~40% 정도였는데, 그 후에도 비가 자주 내리면서 파종 진행 속도는 더딘 상태다. 또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며칠 전부터는 파종을 잠시 중단하고, 막 싹을 틔운 월동무 새싹의 바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방풍망 덮기 작업에 나서고 있다.
당근 등 밭작물 피해농가들 중엔 제주도에 작물을 재배하지 않고 휴경하거나 녹비(식량)작물 재배시 ㏊당 420만원을 지원하는 밭작물 토양생태환경보전사업을 요청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제주도 관계자는 "휴경사업을 검토중이긴 하지만 지난 6~7월에 이미 희망농가를 신청받아 577㏊를 접수한 터라 이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예산 확보도 어려워 사업이 추진되더라도 휴경 지원금은 당초 금액보다는 훨씬 낮을 전망"이라고 밝혔다.
피해농가들이 지원금이 적다며 휴경하지 않을 경우 현재 시기상 대신 파종이 가능한 작물은 월동무와 쪽파 정도다. 농가들은 월동무 선호도가 높은데, 그럴 경우 또 월동무 생산량 급증에 따른 가격 폭락으로 시장격리(산지폐기)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