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한 밭이 무허가 절토 작업으로 우수가 고여 마치 저수지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김도영기자
[한라일보] 무허가 절토 작업 과정에서 고인 우수로 인해 주변 농경지에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8일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의 한 밭. 지목상 전으로 등록된 이곳은 한눈에 봐도 밭으로 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물이 고여 마치 저수지와 같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장에는 대형 굴착기 2대와 덤프트럭 2대 등 총 4대의 중장비가 멈춰서 있었고, 땅을 파는 과정에서 나온 암반이 도처에 널브러져 있거나 한쪽에 산을 이루며 쌓여있었다. 마치 골재를 채굴하는 채석장과 같은 모습이었다.
해당 토지 인근 주민은 "꽤 오래전부터 돌을 캐는 작업이 계속돼 왔고 제11호 태풍 힌남노 내습 당시 내린 비가 그대로 고여 저수지를 이뤘다"고 말했다.
이어 "고여있던 빗물이 주변 저지대 밭으로 흘러가 침수 등 피해를 주고 있다"며 "과거에도 민원을 제기해 봤지만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11호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지난 4일부터 6일 오전 5시까지 고산 지역은 266.3㎜의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제주시와 한경면 등에 확인한 결과 해당 토지에 대한 개발행위 허가 신청이나 농지 전용 허가, 타용도 허가 신청 등은 전무했다. 또 농사의 편의를 위해 행정에서 암반 제거를 지원하는 암반 제거사업 대상지도 아니었다.
제주시에 따르면 해당 토지에서 이뤄진 작업은 개발행위 허가의 대상이며, 절토 작업을 실시한 A 씨는 허가 신청 없이 무허가로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시 관계자는 "본인 소유의 토지라도 2m 이상 절토 또는 성토 작업을 실시할 경우 개발행위 허가의 대상이 된다"며 "현장 확인 결과 고여있던 우수 유출로 인한 피해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A 씨에 대해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관련 행정 절차를 밟아 경찰에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A 씨 측은 제주시와의 면담에서 "임대한 땅에 농사를 지으려고 했던 것이며 개발행위 허가 신청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