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14)한경면 청수리 숨골 지표수 분석

[제주의 숨겨진 환경자산 숨골의 비밀] (14)한경면 청수리 숨골 지표수 분석
농업용수 오염 심각… 비료보다 축산폐수 등 원인 추정
  • 입력 : 2022. 10.18(화) 00:00
  • 고대로 이태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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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제주특별자치도의 연평균 강수량(1998~2017년)은 2162㎜이다.

2021년 지역별 강수량은 서귀포가 2136㎜로 가장 많은 비가 내렸고 이어 성산 2086㎜, 제주시 1627㎜, 고산 1387㎜를 기록했다.

제주도 연간 총 강수량은 39억5200만t으로 이중 지하수 함양량은 약 40%인 16억400만t으로 제주특별자치도는 추산하고 있다. 제주지역에 내리는 비는 수질이 양호해 숨골을 통해 곧바로 대수층으로 들어갈 경우 청정 지하수 함양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내 비닐하우스 집수시설을 통해 나오는 막대한 양의 빗물을 장기간 대수층으로 유입시킬 경우 오염된 지하수의 수질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닐하우스 빗물 질산성 질소 불검출… 지하수 함양에 기여
농업용수 질산성 질소 16.6㎎/L… 서부 평균 농도의 약 3배
동부지역 집약적 농경지 지하수 관정 5㎎/L 검출과 큰 차이

서귀포시 한경면 청수리 소재의 한 만감류 비닐하우스 내에는 과거 숨골을 정비해 물탱크 저장시설을 조성해 놓았다.

지난 9월 5일 제주에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한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내습했다.

취재팀은 이날 청수곶자왈에서 동쪽으로 약 600m 떨어진 곳에 있는 제주시 한경면 청수리 만감류 비닐하우스내에 있는 숨골을 찾았다. 지난 7월 8일 사전 답사에 이어 두번째로 찾은 것이다.

비닐하우스가 설치된 이곳은 빌레지형으로 자연 숨골이 있던 지역이다. 2020년 농지를 개간하면서 기존 숨골위에 200t규모의 물탱크를 설치했다.

물탱크 설치전에는 폭우가 내리는 날이면 엄청난 양의 빗물이 천둥소리를 내면서 이곳 숨골로 들어갔다고 했는데, 실제 이날 폭우가 쏟아질때 마다 200t 규모의 물탱크에서 넘친 빗물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만감류 비닐하우스 인근에 있는 또 다른 숨골에도 빗물이 끊임없이 들어갔다.

비닐하우스에서 약 150m 떨어진 곳에는 농경지에도 빗물이 가득차 있었고 가장자리에 있는 숨골을 통해 땅속으로 빗물이 유입됐다.

이날 취재팀은 만감류 비닐하우스내 숨골로 유입되는 빗물의 시료와 비닐하우스에서 약 100m 떨어진 농경지에 있는 농업용수를 채수해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에 일반세균, 총대장균군, 분원성대장균군, 질산성질소, 황산이온, 염소이온 등 5가지 항목에 대한 수질분석을 의뢰했다.

폭우가 쏟아지자 비닐하우스 내 물탱크에서 넘친 빗물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수질 분석 결과 비닐하우스내 숨골로 유입되는 빗물에서는 일반세균이 120CFU/mL나 검출됐다. 이는 '먹는물 수질기준 및 검사 등에 관한 규칙'에서 규정한 일반세균 기준치 100CFU/mL보다 다소 높은 수치다.

또 일반적으로 항온동물의 분변에 대량으로 존재하고 있어 음식이나 식수의 미생물학적 오염정도를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세균인 총대장균군과 인체나 동물로부터 직접 유래됐음을 추정할 수 있는 분원성대장균군도 검출(각 검출 /100mL)됐다.

질소비료와 가축분뇨, 생활폐수 등에서 기인하는 질산성 질소는 검출되지 않았다. 질산성 질소는 질산염을 질소량으로 나타낸 것으로, 물이나 토양 중의 질소를 함유하는 유기물은 분해돼 암모늄염이 되고 산화시 최종적으로 질산염을 생성한다. 특히 질산염으로 오염된 지하수를 영유아들이 마시면 산소전달을 방해하는 치명적인 청색증이 생긴다. 2차 세계대전후 동유럽 시골에서 질산염으로 오염된 지하수에 분유를 타서 먹인 영·유아들이 사망하기도 했다.

비료·폐수 등의 혼입으로 나타나는 염소이온과 황산이온은 먹는 물 기준치인 250㎎/L, 200㎎/L 보다 현저히 낮은 각 각 3㎎/L과 18.4㎎/L를 보였다.

청수리 소재 다른 비닐하우스 집수시설을 통해 떨어지는 빗물이 숨골로 유입되고 있다.

이와 달리 비닐하우스 인근 농경지내 농업용수에서는 일반세균이 90CFU/mL가 검출됐고 총대장균군( 검출/100mL)과 분원성대장균군(검출/100mL)도 검출됐다.

질산성 질소 농도는 16.6㎎/L로 먹은물기준치 10 ㎎/L이하 보다 높게 나왔다.

제주도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6월 8일 청수리 농업용 관정의 지하수를 채수해 분석한 수질검사 결과와 유사했다. 도보건환경연구원의 수질 모니터링에서는 질산성 질소가 14.4㎎/L 검출됐다.

동부지역 질산성 질소 평균 농도는 2.1 ㎎/L, 서부지역 평균 농도는 5.8㎎/L 이다. 이같은 농도를 감안하면 이곳의 지하수가 어느정도 오염이 됐는지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청수리 한 농경지 내 농업용수 시설.

이곳에 내리는 빗물은 청정하지만 지하수가 오염된 것은 깨끗한 빗물이 지표면에 있는 축산폐수 등 각종 오염 물질과 섞여 대수층으로 들어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도내 지하수 전문가는 "세균은 노출된 환경에서는 어디서나 검출된다. 썩은 나뭇잎이나 새의 분변에서도 나올 수 있다. 때문에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염소와 황산이온 농도가 낮은 반면 질산성 질소가 16.6ppm(㎎/L)나온 것은 지하수가 심하게 오염됐다는 것이다. 이것은 농가들이 사용하고 있는 비료보다는 축산폐수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동부지역은 아무리 농사를 많이 짓는 곳이라도 질산성 질소가 5ppm(㎎/L)이상 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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