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몇 달 전 제주도 내 MZ세대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적이 있다. MZ세대로 표현되는 이 시대의 청년세대가 자신의 삶과 지역에 대해 어떤 인식을 지니는지 궁금했다. 조사 결과 우리가 단편적으로 생각하는 이 세대의 특성과 들어맞는 부분도 있고 아닌 부분도 있었다. 인식조사가 현실의 정확한 반영은 아닐지라도 조사에 나타난 수치에서 내면의 인식을 추론할 수는 있다. 인식의 저변에는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소가 개입돼 있는 법이다.
주택 구입에 대한 질문에 적정한 가격이면 구입해야 한다는 응답이 과반이 넘었고(57%), 영끌해서라도 구입해야 한다는 응답도 21%가 넘었다. 최근 급락하는 부동산 경기를 고려하면 철 지난 질문이었지만 찬찬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MZ세대가 유독 집에 대한 애착을 가지는 세대는 아닐 것인데도 세대의 80% 가까이가 집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것은 예사롭지 않다. 주택구입부담지수 등 굳이 어려운 수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청년세대에게 주택 구입은 어려운 일이다. 지금의 기성세대가 청년이었을 때도 주택 구입은 십년 이상 월급을 꼬박 모아야 가능한 일이었다. 다만 예측 가능성이 사라진 급등장에서 '벼락거지'로 대표되는 여러 부추김이 이 세대의 주택 구입 열풍을 방치했다.
지역에 대한 소속감 정도에서도 차이가 명확했다. 제주도에 대한 소속감을 느낀다는 응답이 느끼지 않는다는 응답보다 51%p 더 높았지만, 이 수치는 내가 사는 시와 읍·면·동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낮아진다. 이는 이 세대가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가 설치된 이후 청년기를 보내는 세대라는 걸 감안해 해석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설치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데, 이 세대의 정서를 올바로 파악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청년정책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청년정책 지원사업이 내 삶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5%가 넘었고, 청년정책 중점 추진사업으로 고용과 일자리·주거환경 순으로 높은 응답을 보였다. 이는 고용과 일자리 등의 정책이 이 세대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청년정책의 보완사항으로 지속성 있는 사업추진과 청년과의 소통을 들고 있어서, 청년정책이 이 세대의 요구에 응답하려면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며 더 많은 청년과 소통을 강화해야 할 듯하다.
청년정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청년을 위한 여러 센터도 만들고 지원사업도 다양하게 전개된다. 그런데도 MZ세대가 행복한 세대가 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이 세대는 과보호와 독자 생존의 양극단을 오가는 세대이기도 하다. 지원해야 하는 대상이기도 하고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이 종잡을 수 없는 세대를 면밀하게 들여다보는 일은 우리 사회의 미래 방향성을 설정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이미 MZ세대가 왔다. <문만석 (사)한국지역혁신연구원장·법학박사·독자위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