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지난 주말에 들불축제가 새별오름 일대에서 이뤄졌다. 제주의 옛 목축 문화인 '방애'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지역문화 계승과 탄소중립 및 경제활성화에 이바지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이뤄진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로 이뤄진 불놓기 영상은 과거 오름에 불을 직접 놓고 바라보는 것보다 실감이 나지 않아 축제 방식에 대한 논쟁도 뜨거운 것이 사실이다.
들불축제는 1997년 불놓기 행사에서 시작해 2025년부터 디지털 영상으로 대체해 진행되고 있다. 새별오름의 불놓기는 평화로 및 그 주변에서 불꽃의 장관을 볼 수 있어 제주를 대표하는 축제로 발전했다. 하지만 불놓기 행사는 화왕산 억새밭 불놓기 축제 도중 인명사고가 발생한 것과 같이 큰 불로 번지기도 하고, 달집의 불을 쉽고 크게 키우기 위해 휘발성 물질을 사용하다 폭발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어 지금의 방식이 도입됐다.
과거 우리 선조들이 행해오던 '방애'는 장작을 쌓거나 풀을 크게 키워서 불을 놓는 방식이 아니었다. 지난해 소나 말들이 먹다 남은 풀이나 잡목에 불을 놓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억새와 같이 큰 풀이나 소나무와 같은 큰나무들이 불에 타는 것과 같이 화려하고 큰 불이 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왜냐하면 소나 말이 먹다 남은 풀이나 고사리, 찔레 같은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지표면을 따라 빠르게 번질 뿐 사람 키보다 높이 타오르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방어선을 구축해 나뭇가지로 툭툭 두드리면 불이 꺼져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의 새별오름의 불은 어떠했을까? 오름 중간에 달집을 만들고, 불이 크게 타오르게 하기 위해 키가 큰 풀을 자라게 했다. 이는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축제를 위한 불을 만들기 위해 이뤄진 것들이다. 이런 불의 열기는 땅속까지 스며들어 식물이나 땅속이나 표면에 자라는 생물들에게 피해를 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결과로 생물종과 식물군락이 단순화되고, 귀화식물의 분포 면적이 넓어지는 계기가 됐다.
지금의 미디어아트를 통한 축제의 형식은 지금까지의 들불축제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이 되지만, 아쉬움도 있다. 현재 제주의 초지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초지에 사는 종들의 개체수 역시 감소하고 있기 때문에 인위적인 간섭을 통해 초지를 유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과거 직접 불을 놓는 방식의 축제는 새별오름에서 지속적으로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는 장점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디어를 통한 축제가 계속되면 오름사면은 천이에 의해 숲이 만들어지고 그 앞에서 행해지는 축제의 의미가 어떻게 변할지 모를 뿐만 아니라 초지 의존 생물들은 갈 곳을 잃어버릴 것이다. 따라서 축제나 초지의 식물을 위해서라도 새별오름 경사면의 초지는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관리를 해 주길 바랄 뿐이다. <송관필 농업회사법인 제주생물자원(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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