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10)생수마을 '하리에', 그리고…

[제주의 물이야기 물의도시 서귀포] (10)생수마을 '하리에', 그리고…
인공수로와 물레방아… 잉어키우는 마을 ‘물의 정원’
  • 입력 : 2022. 11.07(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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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여기에 소개하는 물의 도시 일본의 사례는 제주연구원 제주지하수연구센터장 박원배 박사가 제공한 자료를 인용한 것이다. 이 중에는 일본의 조사연구자료를 번역한 것도 포함돼 있다. 사진도 그가 제공한 것이다.

집집마다 존재하는 부엌개념 카바타
지하수 이용 부엌 만들고 잉어 키워
마을은 크고 작은 물길로 둘러싸여
잉어가 헤엄치는 시마바라시
곳곳 수로 '물의도시'로 소개

'물의 정원'이라 불리는 하리에마을의 인공수로와 물레방아. 박원배 박사 제공

▶'물의 정원' 하리에 마을=일본 중부 혼슈 시가현 하리에(針江) 마을은 '물의 정원'으로 알려진 곳이다. 하리에 마을은 일본에서 가장 큰 자연호수인 비와호(琵琶湖)의 서쪽에 위치한 100가구 정도의 작은 마을이다. 2004년 일본의 공영방송 NHK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물의 정원'으로 화제를 모았던 마을이 바로 이곳이다.

하리에 마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집집마다 존재하는 부엌 개념의 '카바타'(川端). 마을 사람들은 지하에서부터 올라오는 깨끗한 물을 이용해 부엌을 만들고 이곳에 잉어를 키운다. 그리고 튀김가루로 설거지를 해 배출되는 음식 찌꺼기를 잉어들이 처리해주는 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자연과 공존한다.

부연하면 모토이게(元池)는 지하에서 물이 솟아나는 곳에서 가장 깨끗한 물로 식수와 취사용으로 사용한다. 쯔보이게(坪池)로는 야채와 얼굴 등을 씻는다. 여름철 야채나 과일·보리차 등을 담가둔다. 하타이게(端池)는 설거지 찌꺼기 등이 잉어와 같은 담수어의 먹이로 처리되는 공간이다. 물고기들은 세제를 사용하지 않은 설거지 찌꺼기를 먹어 치운다고 한다. 아주 오래 전부터 이 마을에 내려오는 이런 방식을 카바타라고 한다.

카바타를 갖춘 가옥이 문화적 경관으로 유지되고 있다. 카바타에 대한 가치 발견과 일상생활에 대한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견학규칙과 자원봉사 단체도 만들어 운영중이다.

하리에마을의 인공수로와 물레방아

가옥 내 카바타를 견학하거나 마을 투어는 사전 신청과 현지 가이드 안내를 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1일 3회, 견학 안내 요금은 1인당 1000엔(한화 1만원). 1시간당 500엔은 일종의 환경협력금으로 지역의 환경 정비와 보전,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는 세계 어린이들에게 기부 용도로 사용된다고 한다. 카바타 물 문화를 활용한 새로운 가치 창출의 사례다.

'물의 정원' 답게 마을이 온통 크고 작은 물길(수로)로 둘러싸여 있다. 각 가정의 마당이나 부엌에는 그 수로가 연결되어 있고, 그 부엌에서는 바로 마실 수 있는 깨끗한 지하수가 솟아나고 있다. 하리에 마을에는 물과 관련된 시설이 많다. 물을 이용해 물레 방아를 돌리며 만들어진 에너지로 저녁이 되면 집 앞 가로등의 불을 밝히기도 한다. '물의 정원'이라는 별칭과도 같다.

하리에마을의 인공수로와 물레방아

박원배 박사는 생수마을 하리에 마을 에코투어의 성공 포인트를 크게 여섯가지로 요약한다.

우선 지하수가 지역 전체의 공유 재산이라는 인식이 정착됐다는 점이다. 지역주민과의 긴밀한 관계 소통 속에 에코투어를 실시하면서 규칙 만들기가 가능했다는 점도 주목할만 하다. 작은 마을이기 때문에 에코투어 조합이 가능했다. TV방송을 계기로 주민 의식 향상과 수자원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외부 자극으로 지역 주민들의 생활자원 가치를 발견한 사례다. 여러 수자원 보전 활동을 통해 지역 자원에 대한 자부심이 높아졌다. 지역에 존재하는 자연자원(생활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그 가치를 더욱 높이는 활동으로 전개하고 있다.

하리에마을의 물관광 지도.

▶시마바라, 자연재해 재앙을 혜택으로=풀 한 포기 살 수 없을 것 같은 척박한 땅. 그러나 사람들은 화산과의 공생을 말한다. 운젠 지옥이 생긴 배경에는 대규모 화산 폭발의 역사가 있다. 운젠시를 비롯해 시마바라시, 미나미시마바리시 등 3곳으로 이뤄진 나가사키현 시마바라반도는 약 430만 년 전 해저화산의 분화로 형성됐다. 이후에도 수차례의 화산 폭발이 있었다.

1990년에는 운젠 화산을 대표하는 후겐다케(普賢岳·1359m)가 용암을 내뿜었다. 약 5년 동안 지속된 분화로 형성된 거대한 용암돔은 무너져 내렸고, 고온의 용암괴와 화산재, 화산가스가 합쳐진 화쇄류로 돌변해 시마바라시를 덮쳤다. 화쇄류 발생 횟수가 9000여회에 달했다. 44명이 숨졌고, 2200억엔(한화 약 2조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한 대참사였다. 이 분화로 후겐다케 위로 헤이세이신잔(平成新山·1483m)이 새롭게 솟았다.

화산 폭발은 '재앙'이었다. 그러나 지금도 사람들이 화산과 함께 살고 있다. 어찌 보면 운젠 지옥도 재앙이 남긴 흔적의 하나이지만 사람들은 이를 재해를 극복한 혜택으로 받아들인다. 화산폭발이 남긴 독특한 지형과 온천 등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하며 삶을 잇고 있는 것이다.

하리에 마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집집마다 존재하는 부엌 개념의 '카바타'(川端). 마을 사람들은 지하에서부터 올라오는 깨끗한 물을 이용해 부엌을 만들고 이곳에 잉어를 키운다.

시마바라반도의 시마바라시에는 잉어가 헤엄치는 마을이 있다. 곳곳에서 수로를 만날 수 있다. 수로를 따라 흐르는 투명한 물은 마을 지하에서 끝없이 솟아나는 샘물. 60곳에서 흘러나오는 풍부한 샘물 때문에 '물의 도시'라 불리며, 환경청에서는 이곳을 일본 명수(名水) 100선에 선정하기도 했다.

샘물이 솟아나기 시작한 건 운젠다케의 분화 이후다. 그로 인해 시마바라시 지하에는 물을 보유하고 있는 대수층이 생성됐고 시마바라시 곳곳에서 샘물이 솟아난다는 얘기다.

거리를 걷다 보면 수많은 용천수가 용출되는 곳이 있고, 도로 옆 측구(도랑)에는 잉어가 헤엄 치고 있다. 다이쇼 시대(大正時代)에 지역 의사가 지은 저택에는 교토의 정원처럼 보이는 훌륭한 정원이 있고, 툇마루 바로 아래까지 뻗어 있는 용천수 연못이 있다.

▶새로운 가치 창출-우쯔노미야시 오오야 마을의 사례=지하수·용천수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어떻게 창출할 것일까. 이 문제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 우쯔노미야시 오오야 마을이다. 이 곳은 예전에는 채석 장소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1989년 채취장 철거지에서 큰 함몰 사고 이후 한때 관광객이 급감했다. 이 마을에서 지하수를 활용한 새로운 사업이 시작되고 있다.

석재 업체가 줄어든다는 것은 물이 저류된 원래 갱이 방치되는 것을 의미한다. 방치되면 모니터링 되지 않게 되므로 양도 질도 보전할 인센티브를 잃어버려 부정적인 용천수 경관이 나타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우선 채석장의 거대한 공간을 관광지화했다. 현재는 연간 170만 명이 방문하고 있다. 지하호수의 카누 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갱도 안은 한여름에도 매우 시원하다. 지하수와 갱도 공간에서 발생하는 냉열 에너지를 이용하여 여름 딸기 재배를 성공시켜 '오오야 여름 딸기'로 사업화에 성공시켰다.

또한 저장창고로서도 갱도 활용을 시작했다. 먼저 관광 활용 사례와 함께 냉열 공급 사업이 새로운 사업 활용을 낳고, 오오야 마을의 갱도와 지하수가 다각적인 자연자본이 되고 있다.

오오야 마을에 대한 인식도 단순한 석재 생산지에서 과거에 함몰 사고를 일으킨 장소가 아니라 냉열 이용을 할 수 있는 산업 관광지로 변화되고 있다. 오오야 마을 용천수 경관이 재 정의되고 오오야 마을의 지하수의 새로운 공유 가치가 생겼다.

<강시영 제주환경문화원장(전문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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