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의 한라칼럼] 교사에게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사회

[김동철의 한라칼럼] 교사에게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사회
  • 입력 : 2022. 11.08(화)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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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작년 이즈음해서 '지옥'이라는 드라마 시리즈물을 봤던 기억이 있다. 사후 세계의 이질적 존재에 대해 다룬 드라마로 죽음의 예고를 받은 사람들에게 지옥의 사자들이 나타나 시연을 받아 사망하게 되는 초자연적 사건을 다룬 드라마였다. 드라마의 내용과는 별개로 사회가 혼란스럽고 국가 시스템이 무너진 틈을 타서 사이비 자경단이 판을 치던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다.

이런 사이비 자경단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일이 제주 교육계 내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부터 도내 모 중학교 교사의 인권 관련 수업 내용 중 아주 일부를 문제 삼아 모 단체가 지속적으로 학교에 민원을 제기하고 해당 교사를 괴롭히고 있다는 얘기를 건너 듣게 됐다. 모든 사람의 인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졌던 수업이었고,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도 존중돼야 한다는 차원에서 예를 들었던 표현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혐오가 일상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학생들에게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를 미워하고 혐오하기 보다는 서로를 존중하라는 교육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일까?

설령 자신의 생각과 의견이 다를지라도 이를 가지고 교사가 국가교육과정에 의거해 전문성을 가지고 가르치는 것에 대해 전체적인 맥락을 잘라낸 채 일부 표현이 자신들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일부 단어나 용어 선정까지 문제 삼는 것은 온당한 일인가? 과연 이것이 교사의 교권 침해가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 누가 교사에게 가르치는 내용까지 간섭하는 것을 허용했을까? 우리나라는 헌법으로 교사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있는 나라이다. 그럼에도 오로지 자신들만의 생각만 맞다고 주장하면서 교사에게 민원을 제기하고 괴롭히는 모습이 흡사 영화 '지옥'에서 봤던 자경단의 모습과 겹쳐 보인다.

과거 독재정권 시절 국가 권력에 의해, 공권력에 의해서 일어났던 검열이 일부 민간 단체가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은 교사에게 '교사인데 왜 옷차림은 그런지?', '너는 왜 노란 리본을 달고 다니는지?', '너는 왜 4·3을 항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지?' 라고 일부 도덕적 신념이라는 이름으로, 학부모라는 이름으로, 종교라는 이름으로 알 수도 없는 사적 권력들을 동원해 교사들을 검열하는 날을 보게 될지도 모를 것 같다.

이번 일을 보면서 나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더불어 교사들 스스로 자신의 수업 내용에 대해 지나치게 민원을 신경쓰고 스스로를 검열해 위축시키는 일이 되지 않을까 염려스럽다. 교사에게 가르칠 수 있는 용기가 아닌 두려움과 불안감을 심어주고 있는 사회가 제대로 됐다 말하기 힘들다. 부디 이런 일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도록, 모든 교사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도교육청과 우리 사회의 깨어있는 구성원 모두가 나서서 교사의 권리 보장을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을 연대해주길 기대해본다. <김동철 제주인화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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