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여기서 문화란 여가 시간을 할애하는 대상으로 보고자 한다. 그렇다면 내가 퇴근하고 내내 보는 사주 유튜브는 문화다. 습관적으로, 심지어는 사람을 앞에 두고서도 껐다 켰다 하며 얼마나 얻었는지 확인하는 인스타그램 '좋아요'도 문화다."('들어가며' 중)
책 '우리는 중독을 사랑해'(한겨레출판 펴냄)에서 저자 도우리는 자신의 삶 속에서 지금의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중독'이라는 문화 트렌드를 새로이 포착해낸다. 자신의 경험을 "투사"해 써낸 생생한 중독기이자 참신한 사회 보고서인 셈이다.
저자는 책에서 21세기 '중독 필수템'이 되어버린 '갓생' '배민맛' '방꾸미기' '랜선 사수' '중고 거래' '안읽씹' '사주 풀이' '데이트 앱' '#좋아요'라는 9가지 문화 트렌드를 날카롭게 비평·분석한다.
신조어 '갓생'이 신(god)의 경지에 오른 충만한 삶을 표방하면서도 비로소 타인의 인정이 있어야만 완성되는 모순을 지적하고, 가짜 리뷰 서비스와 배달 노동자 처우 문제 등 배달 앱 플랫폼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며, 집을 사기 어려워진 시대에 인테리어 사치재만은 점점 더 쉽고 빠르게 소비되는 현상을 포착한다.
또 중고 거래 앱을 통해 알 수 있는 한국 사회의 지평, 물질만능주의와 지역 간 경제·문화적 불평등을 설명하고, 인터넷 내 과도하게 연결되는 세상에서 진정한 대화란 어떻게 나눌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거리도 던진다.
그렇게 각 장의 중독 문화 분석을 토대로 경제적 불평등, 빈부격차, 젠더 이슈, 주거 빈곤, 인력난, 과도한 효율 만능주의 등 중독 이면의 다층적인 사회 내 문제 구조들, 사회의 그림자에 주목한다. '푸르지 않은' 청춘이, 중독 그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청춘 주변의 차디찬 사회적 토양이 진짜 문제임을 피력한다.
출판사는 "저자는 모두가 공감할 일상의 사사로운 풍경뿐 아니라 그 누구라도 비밀로 숨기고 싶을 군색하고 은밀한 감정 구석구석까지 꿰뚫는다"며 "그렇게 명징한 통찰에 흠칫하다가도 명랑한 언어로 쓰인 저자의 명쾌한 진단들에서 희망과 용기를 읽어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의 큰 매력"이라고 소개한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