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의 목요담론]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

[이호진의 목요담론] 블랙스완과 회색 코뿔소
  • 입력 : 2022. 11.17(목) 00:00
  • 김채현 기자 hakch@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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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 최근 레고랜드 사태 등 대규모 부동산 개발사업이 난항을 겪자, 건설사에 대출 보증을 선 금융사들도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부동산 PF 규모를 크게 늘렸던 금융사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에 빗대어 제2의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지는 거 아니냐하는 위기감마저 돌고 있다.

저축은행사태는 자기자본비율이 낮은 저축은행들에 영업정지 조치를 내리면서 31곳의 저축은행이 파산한 사태이다. 이는 급격히 증가한 부동산 PF 대출이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부실화되어 발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PF 즉,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은 자금을 빌리는 사람의 신용도나 다른 담보 대신 사업계획 즉, 프로젝트의 수익성을 보고 자금을 제공하는 금융기법이다. 이 때 자금을 투자 받은 사업자는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투자한 이후에 발생하는 이익으로 채무를 상환하게 된다.

일반적인 대출의 경우 돈을 빌리는 사람의 현재 담보능력과 상환능력을 기준으로 대출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반면, 부동산 PF는 앞으로 지어질 건물(담보물)과 그 건물을 분양해서 발생하게 될 현금흐름(상환능력)을 보고 대출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프로젝트 자체를 담보로 장기간 대출을 하므로 금융기관은 개발계획 단계부터 참여해 수익성이나 업체의 사업수행능력 등을 포함해 면밀히 심사하게 된다. 사업성만을 근거로 돈을 빌려 주다 보니 이자율도 비교적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금리의 급등으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그동안 진행된 부동산 PF도 위태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부동산 PF의 경우 활황기에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으로 불리지만 미분양 물량 급증,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사업성 악화, 유동성 위기 등 불황기에 접어들면 부실에 빠질 위험이 크므로 미리 대비해둘 필요가 있다. 규제가 느슨하고 불투명한 이른바 '그림자 금융'이라는 특성상 위기가 발생할 경우 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PF 관련 부실이 현실화하면 그 시발점은 제2금융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있다. 그동안 제1금융권인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규제 강화에 나서면서 관련 수요가 고스란히 2금융권으로 쏠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급팽창한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인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던 저축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에 대한 위험관리가 시급하다는 의견이다.

경제학에서는 발생할 가능성은 적지만 일단 발생하게 되면 엄청난 파급효과를 야기하는 경우를 가리켜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한다. 또한 서서히 다가오는 위험을 무시하다 큰 피해를 당하는 경우를 가리켜 회색 코뿔소라고 한다. 지금은 불랙스완과 회색 코뿔소에 모두 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호진 제주대학교 부동산관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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