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언제나 나를 보면 꼬리를 흔들며 뛰어와 나의 품에 안기던 강아지가 어느 날 갑자기 마비증세를 보이면 당황하지 않을 수 없다. 대개 이러한 유형의 질환들은 사전 증상 없이 갑자기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갑작스런 상황에 보호자들은 대부분 추락 등 외상에 의한 마비로 의심을 하며 병원에 내원하지만 그 외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가 흔히 허리디스크라고 불리는 '추간판허니아'가 있고 그밖에 척수염, 뇌염, 변형성 척추증, 다발성 신경근 신경염, 만성 변성성 신경근 척수장애, Wobbler증후군, 외력에 의한 척수파열, 가족성 미만성 소아뇌경화증(Krabbe's병), 치아민 결핍증 등이 있다.
오늘은 이중 치아민 결핍증(Thiamine Dificiency)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치아민(thiamine)은 비타민B1이라고 하며 비타민B1은 수용성비타민의 한 종류이다. 치아민은 체내에서 탄수화물 대사를 비롯한 에너지 대사에 참여하는데 신체내의 모든 세포는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치아민의 결핍은 세포로 이뤄진 신체의 모든 기관에 영향을 미치며 또한 신경세포와 근육 활동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뇌와 말초신경 기능의 현저한 장애를 촉발한다.
치아민은 주로 조리하지 않은 곡류, 효모, 간장, 신장, 심장 및 돼지고기에 많이 함유돼 있는 비타민으로서 알칼리 용액에서 가열을 했을때 쉽게 파괴되는 경향을 갖고 있다.
또한 날것으로 된 생선(요즘은 혈관건강에 좋은 오메가3가 많이 함유돼 있는 연어회 등을 즐겨 제공하는 보호자들이 많이 늘어났다) 및 어패류를 개들이 자주 섭취하게 되면 이 속에 포함된 치아미나제라는 성분이 개들의 체내의 치아민을 분해시켜 치아민 결핍을 유발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장기간에 걸쳐 섭취하는 경우가 그러하며 특히 치아미나제는 조리과정에서 익혀서 먹을 경우 불활성화 되므로 생것으로 급여하지 않으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사실 개들은 날생선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데 특히 잘 씹어 먹지 않고 삼키는 버릇을 가진 개라면 더욱 소화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일반적으로 소화기관의 발달이 미숙한 어린 강아지나 또는 소화기능이 약해진 노령견에게는 연어회 등 날생선을 급여하지 않는 것이 좋다. 요즘 시기가 방어가 많이 나는 철이라 방어회를 강아지에게 먹여서 탈이 나서 내원하는 케이스도 종종 있다)
치아민 결핍의 원인을 간략히 정리해보면 1차적인 결핍증으로 '가열해 조리한 사료용의 고기 및 소세지 등의 치아민이 파괴된 사료에 의한 식이성 결핍증'이 있고 2차적인 치아민 결핍증으로는 '임신, 포유, 과도한 운동, 당분의 다량급여, 갑상선 기능 항진증에 의한 치아민의 급격한 소비와 만성설사에 의한 장내 치아민 흡수장애, 간질환에 의한 치아민 활성화의 장애, 생선 및 조개류의 생식으로 치아민 분해효소의 활성화'등이 있다.
치아민 결핍증의 주요 증상으로는 첫째로 치아민 결핍 사료를 지속적으로 급여한 개에서는 식욕부진에 이어 경련성 마비가 일어나는데 후지가 뻣뻣하게 되는 경직이 이뤄지기 때문에 비틀거리며 보행하게 된다. 둘째로 앞다리 및 목, 머리 부분의 움직임은 정상이며, 뒷다리의 마비가 진행이 되면 개는 기립불능으로 진행이 되며 결국 옆으로 누워있는 상태가 된다. 치아민 결핍이 보정이 되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강직성 경련이 일어나며 이후 혼수에 빠지게 되며 결국은 사망에 이르게 된다.
또한 구토, 동공의 확장, 지각과민 등의 여러 가지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증세가 심해지기 전에 병원에 내원헤 마비의 원인을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 알아내고 그 원인이 치아민 결핍이었을 경우 적절한 치아민의 혈액 내 공급으로 비교적 좋은 예후를 볼 수 있다. <강성진 가람동물병원장>